IMF 체제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물질적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나라가 가난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졌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이들도 많다.
초소형 핸즈프리 전화기 「마이폰」(일명 사오정 전화기)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YTC텔레콤 지영천 사장(41) 또한 IMF를 결코 쉽게 맞이하지 않았다. 97년 가을만 해도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주문형 비디오시스템이나 전송케이블을 개발, 공급하는 교단선진화 사업을 추진중이었지만 IMF가 시작되면서 사업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IMF로 각종 교육예산 집행이 불투명해지자 학교들도 장비 구입을 꺼려했고 금융권마저 자금을 동결, YTC텔레콤도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됐다. 사업 존폐까지도 가정한 수 차례의 고민 끝에 지 사장은 결국 그동안 연구 개발해온 교단선진화 아이템을 잠시 접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경기와 말라붙은 자금은 여러 구상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그도 지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눈에 한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핸즈프리 전화기를 만들면 전화하면서도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지 사장은 서둘러 담배갑 크기의 핸즈프리 전화기를 만들고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담배갑 크기의 핸즈프리 전화기는 이미 신상품이 아니었다. 결국 획기적인 디자인과 차별화된 가격만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마음으로 부품개발부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층구조의 PCB 개발을 완료했고 YTC텔레콤의 핸즈프리 전화기는 담배갑 반 크기의 초소형으로 태어났다. 가격도 기존 제품의 절반 이하로 책정됐다.
시장에서의 성공은 예정된 것이었고 지 사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비롯해 한국발명학회장상, 우수 디자인상 등 수많은 상들을 거머쥐었다. IMF를 극복한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돼 지난해 가을에는 청와대에 초청돼 성공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YTC텔레콤의 매출액은 약 1백20억원. 내수 판매는 물론 「마이폰」 수출도 날개돋친 듯 성사돼 6개월도 못된 기간 동안 60만개의 전화기를 팔았다. 세계 유수의 통신기기 업체의 주문이 이어져 올해에도 4백만개 이상 수출을 목표하고 있다. 매출목표는 8백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마이폰」에 이어 그가 지금 준비중인 것은 무선 핸즈프리 전화기를 비롯해 2개의 전화상품과 1개의 멀티미디어 아이디어 상품. 앞으로 선보일 모든 제품들이 아이디어와 발명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그는 소비자들이 올해에도 계속 지켜봐주기를 당부했다.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으로 창업 4년째가 되는 2000년에는 코스닥에도 등록할 계획이며 첨단기술과 아이디어를 잘 조화시킬줄 아는 능동적인 회사를 만드는 게 지 사장의 소망이다.
<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