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총수 회동"

 해를 넘기며 난항을 겪고 있는 반도체 빅딜 협상이 4일 현대와 LG 그룹 총수의 회동을 시작으로 본격 재개됐다. 하지만 책임경영주체 평가결과를 둘러싼 현대와 LG측의 입장차이가 워낙 큰 데다 중재자로 나선 전경련 역시 양측이 모두 수용할 만한 뾰족한 중재안이 없는 상태여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정몽헌 현대회장과 구본무 LG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상근부회장의 주선으로 회동, 반도체 빅딜과 관련된 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양측의 회동은 향후 양사의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는 원칙만을 재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양 그룹 총수와 함께 박세용 현대 구조조정본부장,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장, 손 부회장 등 5자 회동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반도체 실사 평가기관인 아서 D 리틀사가 평가결과를 발표한 이후 양 그룹 총수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현대를 반도체 통합법인의 경영주체로 선정한 ADL사의 평가결과와 지분율 조정, 출자전환,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통합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은 ADL 평가결과의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상호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측은 『ADL의 평가결과를 전제로 추후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반면 LG 측은 『ADL의 평가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중재자인 전경련 역시 양측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절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반도체 빅딜 협상의 조기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장기화 또는 무산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