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의 세기가 열리고 있다. 20세기가 이념과 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를 통한 평화와 공존의 세기가 될 것이며, 문화산업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맞아 새 정부도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제적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문화산업을 획기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한 대책을 담은 「새 문화정책」을 수립·발표하는 등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 관심과 열성을 보이고 있다. 문화산업 주무부처의 수장으로 이같은 범정부적인 문화산업 진흥 분위기를 실제 결실로 이끌어내기 위해 여념이 없는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 새해 다짐과 정책비전을 들어보았다.

<대담=조휘섭 영상정보산업부장>

 -김대중 대통령을 위시해 새 정부의 문화산업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각별한 것 같습니다. 문화산업 정책당국의 책임자로서 느끼는 점도 남다를 텐데요.

 ▲한마디로 작년은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뀐 전환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수시로 21세기 국가 유망산업으로 문화·관광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시고, 그 결과 올해 5대 국정지표의 하나에 포함될 정도로 국가 차원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관광산업에 세제혜택이 대폭 확대되고 관련법규의 제·개정이 추진되는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만 보더라도 새 정부의 의지를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문화산업분야에도 굵직 굵직한 사건들이 적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게 있는지요.

 ▲「일본 대중문화 개방」과, 앞서 말씀드린 새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 하는 「새 문화정책」의 수립을 들고 싶습니다. 한·일 문화교류는 국민적 합의하에 상호주의 원칙을 갖고 민간 차원의 건전한 교류를 추진하되, 대중문화는 단계적으로 개방해 나간다는 기본원칙 아래 추진되고 있습니다. 개방계획은 잘 알고 계시는 바와 같이 만화를 즉시 개방하고, 영화와 비디오는 한·일 공동제작 영화와 세계 4대 국제영화제 수상작의 국내 상영을 허용하며, 차후 추가 개방은 조속한 기간 내 구성될 (가칭)「한일문화교류공동협의회」의 논의를 거쳐 추진할 것입니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은 우리에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 문화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입니다.

 -국내 방송시장의 대일 개방에 대한 관심도 무척 높습니다. 구체적인 개방일정과 대처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부는 방송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을 감안, 방송분야의 개방시기를 전반적인 대중문화 개방시기와 보조를 맞추되, 영화·비디오·음반 등 여타 분야를 먼저 개방한 후 마지막 단계에 개방할 계획입니다.

 또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방송개방의 범위·방법에 있어서도 프로그램 분야별 및 매체별 차별화 기조에 따라 문화적 정체성, 산업적 경쟁력에 기초한 단계적·선별적 개방방안을 검토중입니다. 또한 일본 방송개방에 대처, 우리방송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까지 중기계획으로 방송영상산업진흥대책을 마련,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방송프로그램의 대일 수출확대를 위해 △일본 방송프로그램 내용분석 및 마케팅전략 수립 △M&E(Music&Effect) 분리 등 수출활성화 여건조성 △한·일 공동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 유도 등도 병행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문화부가 콘텐츠산업 육성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금 등 직접적인 지원은 여타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지난 10월 김 대통령 방일 성과의 하나로 일본에서 들여오기로 한 30억달러의 차관 중 상당액이 문화관광산업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기대가 큽니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으로 자본·기술·마케팅·유통 등 많은 부문에서 열세인 우리 문화산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부는 일본 대중문화 유입공세로부터 우리 문화산업을 지키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 들여오는 일본차관 30억달러 중 2억달러를 문화산업분야에 투자하기로 제12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투자규모의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문화산업분야에 제공될 일본차관은 관련업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첨단 영상제작장비 도입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화 교육시설의 장비 도입 및 음반·게임·비디오 등 첨단 신종매체 제작장비 구입, 낙후된 관련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투자할 계획입니다.

 -게임·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영상산업은 타 분야에 비해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합니다만, 산업 인프라는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대책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영상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진흥과 지원의 근거가 되는 법제도의 확립과 인프라 구축 등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확보를 위한 기금조성이 시급합니다. 문화부는 21세기 국가경쟁력의 승부처가 될 문화산업을 핵심 국가기간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정을 추진중이며, 이를 근거로 올해부터 오는 2003년까지 총 5천억원 규모의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첨단문화산업콤플렉스·게임종합지원센터·방송영상산업단지·문화산업 관련 첨단유통센터 등 문화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첨단 장비의 도입도 함께 추진해 내실있는 첨단 인프라를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부임 이후 게임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계시는데, 그간의 성과를 소개해 주시지요.

 ▲그동안 우리 부에서는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국산게임 창작 활성화와 홍보를 위해 전자신문사와 공동주관하고 있는 「이달의 우수게임」과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사업은 게임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전자신문사의 협조에 감사 드립니다.

 기존에 추진해온 「게임전문 인력양성」 「우수게임 사전제작 지원」 「해외전시회 참가지원」 사업 외에도 작년 8월 27일자로 보건복지부에서 업소용 게임업무를 이관받았고, 2억5천여만원에 불과하던 게임산업 관련예산을 올해는 1백50억여원으로 증액시킴으로써 그 결과 「게임종합지원센터」 설립 등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주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게임산업 진흥업무를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 작년 11월 순수 민간인으로 발족한 「게임산업정책자문위원회」의 자문과 의견을 수렴해 게임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내 방송산업의 개편논의가 활발한데, 바람직한 방송산업의 구조와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상파의 경우 현재의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나아가 바람직한 방송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슬림화 등을 위한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며, 케이블TV도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복수사업자 및 교차소유 허용 등 규제완화를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전체 영상산업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방송영상산업은 향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화, 위성방송의 도입 등으로 급격히 확대될 것이므로 제작시장 활성화를 통한 방송영상산업의 획기적 진흥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게임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과 관련해 정부부처간 업무중복 등으로 관련업계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의견을 갖고 계신지요.

 ▲컴퓨터게임은 영상·애니메이션·음악 및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결합돼 만들어지는 종합 영상문화상품으로, 어느 한 분야라도 그 수준이 떨어지면 우수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이 게임제작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우수한 게임이냐 아니냐는 인간의 창의성·예술성 및 오락성이 판가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는 정부직제를 근간으로 게임산업 업무의 주관부서로서 고유업무에 대한 육성정책을 수행해 가면서 타 부처와 상호 기술·정보 및 재원의 교류협력은 물론 연관산업의 효율적 발전을 위해 협조해 나가고자 합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선 문화부 단독보다는 유관부처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은 것 같습니다만.

 ▲당연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할 수 없듯이 각각의 부처가 전문성을 살리는 가운데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부 역시 멀티미디어 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많은 배려를 할 것입니다. 신 정부 출범 이후 전체적으로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작은 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산업 관련부서는 조직과 역할이 확대돼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에도 「이달의 우수게임」 시상식 등을 통해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을 많이 격려해 오셨는데, 이 자리를 통해 관련산업 종사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문화부 장관이 되기 전까지는 게임산업의 비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분야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현재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산업에 종사하시거나 새로 시작하려는 분들께서는 이 분야가 향후 국가를 이끌어갈 미래지향적인 산업의 하나라는 점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창의력과 기획력을 마음껏 발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리=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