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
올해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시장은 수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부진했던 내수 경기가 회복되는 경향을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악의 급감세를 보였던 설비투자가 전반적인 국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빌드업·볼그리드어레이(BGA)·램모듈 및 고다층 인쇄회로기판 부문에 신규 참여하는 업체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여 국내 PCB시장은 근래 보기 드문 부문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이슈화된 전자관련 대기업간 빅딜이 성사될 경우 PCB업계 판도에도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어 연초부터 해당업체들의 움직임에 PCB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PCB업체들은 지난해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던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거칠 것으로 보고 새로운 사업 의욕을 불태우고 있어 국내 PCB 산업은 지난 96년 호황기처럼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 국내 PCB업계의 생산 실적은 지난해 1조3천억원보다 15% 정도 늘어난 1조5천억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수출 또한 올해 약 6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수 부문에서는 가전 및 정보통신기기 수요가 올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30% 정도 신장세가 점쳐지고 있고 수출 부문에서는 달러대 원화의 환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엔화 또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와 같은 환차익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유럽을 비롯한 신시장으로부터 국산 PCB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고다층 인쇄회로기판과 테플론PCB 등 특수 PCB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올해 국내 PCB시장에서 주목되는 사항 중 하나는 신규 설비 투자 부문. IMF 여파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국내 PCB업계의 설비투자는 올해 다시 재개돼 생산장비업계를 즐겁게 하고 있다.
LG전자·코리아써키트 등은 2백억∼3백억원대의 설비 투자 계획을 갖고 있으며 대덕전자·삼성전기·대덕산업 등 대기업 PCB업체들도 1백억원 이상의 설비투자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주산업·청주전자·동양물산 등 중견업체들도 신규 분야에 진출한다는 전략아래 나름대로 설비투자 계획을 갖고 있어 올해 국내 PCB업계에는 설비투자 붐이 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올해 신규 설비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들 대부분이 빌드업·BGA·램모듈 및 고다층 인쇄회로기판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여 자칫 설비 과잉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 및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통합 등 대형 전자업체의 M&A가 가시화될 경우 이들 업체와 지속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해온 국내 주요 PCB업체들은 일거에 공급선을 잃게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편 올해 국내 PCB 재료 및 소재 시장에서는 LG화학·LG금속 등 신규 업체들이 전열을 재정비, 시장에 본격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주)두산·일진소재산업 등 기존 재료 및 소재업체들과 시장 주도권을 놓고 일대 혈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