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실속 있는 경영으로 IMF 한파를 극복한 전문 중소기업이 있다.
지난해 4월 대기업인 현대전자 미디어사업본부에서 분사한 HDT가 바로 그곳이다.
중소 전문기업으로 새 출발한 HDT의 사령탑을 맡은 정규철 사장(49)은 『기업의 역할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므로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는 데 경영의 최우선을 둘 방침』이라며 실속경영을 강조한다.
정 사장이 매출보다는 이익 확보를 강조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HDT의 전신인 현대전자 미디어사업본부의 경우 국내 최대 비디오CDP 수출업체로 연간 4천만달러 상당의 매출실적으로 올렸지만 이익은커녕 높은 인건비 부담과 과당경쟁에 따른 출혈 수출로 제품을 만들어 팔수록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초 현대전자가 IMF 한파에 따른 사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미디어사업 철수를 결정했을 때 미디어사업본부 소속 임직원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며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각자 제살길을 찾아 흩어졌다.
하지만 영업담당 이사였던 정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비디오CDP와 위성수신기 사업이 대기업에는 한계사업일지 모르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는 충분한 승산이 있는 아이템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게다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디지털 세트톱박스와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 상품화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작은 몸집으로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 사장은 7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자본금 일부를 출자한 별도 독립기업인 HDT를 설립, 지난해 4월 마침내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익이 없는 매출은 의미가 없다」는 모토 아래 실속경영을 펼친 정 사장의 경영이념은 독립기업으로 출발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대전자 시절 1백88명의 임직원이 해온 일을 70명의 적은 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다소 무리였지만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베테랑 직원들이 일당백으로 각자의 맡은 업무를 잘 처리한 덕분에 9월부터는 수출액이 적정수준인 월간 2백만달러를 웃돌기 시작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수출전선에 새로 투입한 디지털 위성수신기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당초 목표보다 30% 정도 초과 달성한 1천3백만달러에 육박했다.
물론 총액 기준으로 볼 때 HTD의 매출액은 현대전자 시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면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 사장은 앞으로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디지털 분야로 품목다각화를 적극 추진, 매출액을 분사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인 DVD 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유럽과 미국시장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하며 DVD 플레이어 미디와 차세대 디지털 음향기기인 MP3 플레이어 미디를 내장한 고급형 노래반주기를 개발,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