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재료업체들의 생산 확대 노력으로 전체 재료 국산화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데도 고집적 반도체 제조 및 첨단 패키지 공정에 들어가는 고기능 반도체 재료의 수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64MD램 4세대급 이상이나 차세대 볼그리드어레이(BGA) 패키지 제조용 고기능 재료의 수급을 일본·미국 등 반도체소자 경쟁국에 계속 의존할 경우 「재료무기화」의 가능성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국산화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5일 관련업계 및 반도체협회에 따르면 98년 반도체재료의 해외 의존도는 전체 수요(19억2천만 달러)의 44% 수준인 8억4천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1억2천1백만 달러를 수입, 해외 의존율이 49% 수준에 달했던 지난 97년에 비해 전체 수입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국내 재료업체들의 저기능 제품 생산능력이 지난해보다 평균 30% 이상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고기능 반도체 재료의 수입의존율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국내 재료업체들의 생산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외의존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은 포토레지스트, 스퍼터링 타깃, 리드프레임, 특수가스 등의 반도체 재료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16MD램급 이하에 적용되는 저가 품목이며 핵심 고부가가치 제품은 전량 일본·미국 등으로부터 수입,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마이크로BGA 패키지 공정용 솔더 볼 및 폴리이미드 필름 등의 차세대 반도체 재료는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에도 국산화 노력은 아직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또한 2백56MD램급 이상의 고집적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될 새로운 증착물질인 탄탈룸(Ta₂O5)이나 바륨 스트론튬 티타늄(BST)계열 화합물에 대한 국내 자체 개발 노력은 현재 전무한 실정이며 반도체 접착제와 고기능 마스크 및 펠리클, 그리고 첨단 봉지재료(EMC) 등도 하루빨리 국산화해야 할 품목으로 꼽힌다.
반도체 재료업계는 『이같은 첨단 반도체 재료에 대한 국산화율 저조는 국내 재료업체들의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대응력 미비와 소자업체들의 국산대체 노력 부족이 빚어낸 공동의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특히 재료는 반도체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장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전체 수율 및 불량 발생에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소자업체들이 수급선 전환을 꺼리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재료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반도체 가격 경기와는 별도로 움직이던 재료시장이 최근 국내 소자업체의 감산 노력과 제품 가격 인하 압력으로 장비시장보다 오히려 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들고 있어 첨단 고부가가치 재료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개발 의지도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