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지식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박형근 콤텍시스템 이사

 다가오는 21세기를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지식이 모든 사회의 중심이며 가치가 되는 「지식사회」라고 정의하였다. 이미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지식이 중심이 되는 지식사회로 넘어가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산업사회에서 정보지식사회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시점을 맞아 지식강국 건설이라는 목표가 주어졌다. 특히 한국경제의 경쟁력 상실요인을 선진국들과의 「지식격차」로 진단한 현실 속에서 국가 및 조직 차원의 경쟁력 확보는 매우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지식사회 건설을 준비하는 시점에 즈음하여 그동안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많은 이론과 기술의 결과가 어떠했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개방형 시스템,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 등장시 다운사이징을 구축하지 않으면 정보전달 및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분권화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없으며 경쟁력에서 뒤처진 조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과연 그 기대치만큼 효과를 거두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컴퓨팅·전사적자원관리(ERP)·데이터웨어하우징·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등 현재도 우리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지식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고 조직 및 정보기술 인프라를 구축하며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고 조직의 문화·가치관을 이해하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은 더욱 중요하다. 적용하고자 하는 문제의 해결능력이 없는 기술은 시장성 없는 제품과도 같다. 문제해결을 위한 지식은 단기간의 연수에서 얻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실무경험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실패한 경우에도 그 경험을 밑거름으로 하여 더욱 정진하는 것이 지금 기업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사회 건설을 위해 지식경영, 지식보유 인원관리, 고객과의 관계 등도 중요하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그리고 지식을 조직 특유의 문화에 맞게 정리·축적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요즘 퇴직자들을 보자. 그들은 수십년간 우리나라의 경제기적을 이룬 노하우를 보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식을 조직의 지식으로 체계화해 후배들에게 올바르게 전수했는지 또 그 축적된 지식이 제대로 된 보상은 받았는지, 아니면 단절되어 버렸는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풍부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직원 한 명이 퇴사하면 수년에서 수십년간의 노하우와 지식이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는 없어져야 한다. 한 분야에서 수십년간 종사하며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고 그들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당당하게 전수하고 퇴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최고의 지식전수는 인간과 인간이 체험을 공유, 실천하는 것이고 최고의 지식보유를 위해서는 한 가지를 잘하는 사람이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국가와 기업도 지휘자의 손짓 아래 때론 부드럽게, 때론 웅장하게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고 전문지식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큰 시스템을 구축할 때 일류기업·일류국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