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송곳감사"에 잡힌 문제점들
감사원이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구축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각 정부부처와 정부투자기관 및 민간업체들이 참여해 범국가적으로 추진돼 왔던 NGIS 구축사업이 올해는 대폭 손질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지난 95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1단계로 95년부터 2001년까지 약 1조3천4백65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NGIS 구축사업을 감사한 결과, 총 48건의 문제점을 발견해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과학기술부 등 11개 기관에 시정 또는 적정한 개선대책을 강구하도록 조치했다고 6일 밝혔다. 감사원은 또 그동안 NGIS 구축사업을 부당하게 수행한 공무원 및 관련자 7명에 대해 해당 기관장에게 징계 또는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두달간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과학기술원·정보통신부·국립지리원·국토개발연구원 등 11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문제가 발견됐다』며 『이번 감사는 정부의 예산낭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실시된 예방감사여서 실제 예산낭비는 거의 없었으나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NGIS 구축사업의 상당 부분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발표한 NGIS 구축사업 감사결과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 지적도 전산화 파행
건설교통부 지가제도과는 공시지가 조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지난 97년부터 1백6억원을 투입해 지적도·임야도·수치지적부 등을 전산화하는 지가현황도면 전산화사업을 추진한 결과 98년 10월 현재 64.5%의 도면이 전산화됐다.
그러나 건설교통부 토지관리과가 이 사업과 별도로 3천1백39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지난해부터 토지행정 관련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토지관리 정보체계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행정자치부도 지난해부터 지적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1천1백27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지적도면 전산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1천1백27억원 상당의 예산이 낭비될 소지가 있다.
감사원은 특히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축행정관련 전산화사업의 경우 업무 흐름상 서로 연계돼 있어 전산시스템도 통합 구축돼야 하는데 행정자치부가 건축행정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와 사전협의 없이 97년 6월 건축물대장 전산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예산을 중복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건설교통부 역시 건축 인·허가 업무처리를 목적으로 건축행정관리 전산화사업을 추진해 지방자치단체에 2개의 전산시스템이 설치될 경우 건축행정 업무처리가 이원화돼 행정력 낭비와 민원인들의 불편은 물론 시스템 중복구축으로 인해 81억원의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행정자치부의 지적도전산화사업이 낭비요소가 많다고 판단, 총 1천1백27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이 사업을 백지화하도록 권유하고 예산청에도 예산을 배정하지 않도록 통보했다. 또 토지행정관련 정보화사업과 건축행정관련 정보화사업을 일원화할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 지적과와 건설교통부 토지국의 통합방안을 강구토록 기획예산위에 통보했다.
<> 겉도는 GIS 기술개발
과학기술부가 지난 95년부터 시작해 올해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GIS 기술개발 사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당초 과학기술부의 추진전략은 외국산 GIS 소프트웨어(SW)의 핵심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분석해 국산 GIS SW를 개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1백50만달러에 도입한 외국산 GIS SW를 분석하지 않고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없이, 단순히 응용프로그램만 개발함으로써 독자적인 기술력 확보에 실패했다.
게다가 개발된 응용프로그램들도 그동안 사업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서로 연계 또는 통합이 안되는 등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당초 사업추진 전략과도 맞지 않아 지금까지 집행된 연구개발비 1백32억원을 낭비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GIS 기술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계속 수행의 필요성이 있는 과제만 엄선해 시행하고,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을 통합할 수 있는 과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고했다.
<> 전산지도 중복 제작
국토개발연구원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전산지도 제작사업이 타 부처나 기관과 중복돼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개발연구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도로망도 전산화사업의 경우 건설교통부에 의해 지난 97년말부터 추진되고 있는 도로관리시스템 구축사업, 산업자원부 산하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해 96년부터 추진되어 이미 완료한 전국단위의 수치도로지도 제작사업 등과 중복돼 35억원 상당의 사업비가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수자원공사가 개발중인 광역상수도 전산관리시스템은 각급 지방자치단체·도시가스회사·한국전력 등 지하시설물 관리기관들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을 감안하지 않고 광역상수도 인근의 상·하수도 등 다른 지하시설물까지 별도로 전산화하고 있기 때문에 2백14억원 상당의 예산낭비가 우려된다는 것.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개발연구원장과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게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는 각 사업에 대해 사업추진을 재검토하거나 타 기관의 계획과 연계해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 지하시설물도 부실
건설교통부가 98년부터 추진중인 지하시설물도 전산화사업이 구체적인 계획없이 추진돼 예산낭비는 물론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시설물 탐사는 정확한 지하시설물 도면을 작성해 굴착공사시 가스관 등의 파열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을 예상하는 것이 주 목적이어서 지하시설물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제도와 기술을 사전 정비해야 하는데 건설교통부는 지하시설물 탐사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나 탐사장비의 성능검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
게다가 탐사기술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제도화하지 않고 단순히 일반 측량기술자가 탐사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여건에 맞지 않은 외산 탐사장비를 전량 수입해 공공근로사업비 4백억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이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총 1조원 규모인 지하시설물도 전산화사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뿐더러 지하시설물 탐사의 부정확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 아래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탐사의 정확도 확보를 위한 관련제도를 우선 정비한 뒤 시범사업 등을 거쳐 신중히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 수치지형도 활용 미흡
건설교통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립지리원에서 전국 78개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1대 1천 축척의 수치지형도를 제작하는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
1대 1천 축척의 수치지형도는 지하시설물 도면을 전산화하기 위한 기본지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수요기관인 지방자치단체 등에 지하시설물 도면을 입력·분석하고 출력할 수 있는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어야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데, 국립지리원은 지자체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95년부터 98년까지 58개 시에 대한 1대 1천 축척의 수치지형도를 일괄제작해 보급했다.
그 결과 58개 시 가운데 42개 시는 98년 10월까지도 GIS 활용을 위한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설치계획조차 없는 등 수치지형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지금까지 1대 1천 축척 수치지형도 제작에 소요된 4백36억원이 투자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측량법에 따라 수치지형도를 2년마다 수정 갱신하게 되면 3백2억원 상당의 수치지도 수정갱신 비용만 낭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지방자치단체 등 수요기관의 GIS 구축계획을 고려해 수치지형도를 제작하거나 수정 갱신하도록 권고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