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영상사업 왜 손떼나

 대우그룹의 영상사업이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서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5대 그룹 가운데서는 LG그룹에 이어 두번째다. 그룹 영상사업부문을 총괄해온 (주)대우는 이에 앞서 조직재편을 단행, 영상사업을 전담해온 홍세희 전무를 영업 2부문장으로 전보 발령하는 등 사업철수를 위한 수순을 밟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과 함께 영상산업계의 양대 진영으로 꼽혀온 대우가 사업철수란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먼저 계열사 축소와 업종전문화를 추진하겠다는 김우중 회장의 잇단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진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이란 유탄을 맞은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

 지난 96년 대우전자로부터 사업을 이관받은 (주)대우 영상사업은 그동안 내부에서조차 환영을 못받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관 2년 만에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외부로부터는 『대기업이 영화·비디오사업까지 하느냐』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97년에는 최악의 경영실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부의 비난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철수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해온 관계자들이 「대기업의 산업 역할론」을 펴며 사업철수보다는 「축소」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영상업계의 대외적인 신인도를 고려, 사업축소를 통해 내일을 준비하자고 주장했으나 윗선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아직도 영상업계에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조급하게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대기업, 특히 대우가 우리나라 영화산업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구조조정 한파에 의한 대우의 영상사업 철수를 안타까워 했다.

 대우의 사업철수 결정에 따라 대우와 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뉴라인과 MGM의 영화배급, 그리고 컬럼비아트라이스타와 20세기폭스의 비디오배급 문제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의 한 관계자는 『모든 계약관계는 협력사인 세음미디어로 옮겨지게 될 것이나 대외적인 신인도를 고려, 당분간 대우가 지불보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저사들이 대우의 희망대로 세음미디어로의 계약주체 변경을 추인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충무로에 깔려있는 각종 채권·채무관계 청산문제도 쉽지않을 전망이다. 그래서 대우는 분사직원을 인수한 세음미디어에 대해 당분간 운영자금지원 등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86년 비디오사업으로 영상사업에 첫 참여한 대우가 12년 만에 사업철수라는 예상 밖의 구조조정안을 내놓음에 따라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삼성·현대의 구조조정 수위도 예상 밖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가 전혀 예상치 않은 사업철수란 카드를 내놓음에 따라 삼성·현대의 카드선택 범위도 그만큼 좁아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삼성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특히 대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이를 메울 울타리가 한순간에 없어진다는 점에서 영상업계의 파동마저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영상산업계에서 잇따라 이탈할 경우 영상업계는 말 그대로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 대중문화개방 등 시장 개방상황과 맞물려 자금고갈에 의한 산업 공동화현상과 이에 따른 메이저사들의 입김강화 등을 우려했다.



<홍세회전무 일문일답>

 -영상사업 철수 결정은 언제했나.

 ▲작년 말이다. 업종전문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앞으로 (주)대우는 종합상사로서의 역할에만 힘쓸 것이다.

 -채권·채무관계는 어떻게 되며 스카라 등 극장임대 및 극장사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협력회사인 세음미디어로 넘어간다. 세음이 전권을 갖고 일을 처리할 것이다. 외국 협력기업에는 양해를 이미 구했다. 스카라극장은 극장주와 작년 말 임대계약 문제를 해결했다. 부산의 부영극장 등은 매각할 계획이다. 아셈빌딩의 멀티플렉스극장 건설은 대외적인 신인도를 고려, 일단 계속 추진할 생각이다. 그러나 마땅한 임자가 나오면 넘길 것이다.

 -케이블방송인 DCN은 어떻게 되나.

 ▲일단 외자유치를 통한 자구책을 모색할 계획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매각할 계획이다.

 -대우가 정말 영상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가.

 ▲그렇다. 영상사업부문을 인수할 세음미디어가 잘 되길 바란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