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수부진과 불법복제의 급증 등으로 인한 유통시장 경색으로 크게 위축됐던 국내 게임개발업계가 올들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게임수요가 크게 줄어든 속에서도 극소수이긴 하지만 빅히트작들이 나와 개발의욕을 고취시킨 데다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지원책과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 등도 자극제가 돼 개발사들의 움직임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게임시장에 진출한 10여개의 신생 개발사와 개발팀들이 잇따라 처녀작을 완성, 본격적인 상품화에 나섬으로써 게임시장에 새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게임개발사인 크레아21에서 독립한 「루키」팀은 최근 TV만화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녹색전차 해모수」를 롤플레잉 게임으로 완성했다. 박재덕 팀장을 포함, 8명이 지난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이 게임은 이달 중순 국내와 대만에서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며 TV에서 상영중인 일본에는 2월쯤 수출될 예정이다.
LG미디어에서 개발자로 활약했던 김종찬씨가 이끄는 「요요」도 올해 주목받을 만한 개발팀으로 꼽힌다. 작년 5월 결성된 이 팀은 이달 하순 롤플레잉 게임 「프로토코스외전」과 풀 3D액션게임 「데몰리션」으로 신고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게임개발사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4월 설립된 「스튜디오 사과나무」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여의도 블루스」를 이달 중 완성한다는 목표 아래 마무리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화가이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종혁 사장은 『여의도 블루스에 창작곡을 삽입하고 여의도의 실제 데이터를 그대로 반영했다』면서 개성이 강한 개발사로 첫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역시 작년 4월 인천에서 설립된 「리딩엣지」도 첫 작품 「타르메니안 택틱스」를 이달 중 완성, 게임개발사로 첫발을 내딛는다.
「어스토니시아스토리」 「포가튼 사가」를 개발했던 팀이 모체가 돼 작년 초 설립된 손노리는 시뮬레이션 RPG 「강철제국」을 회사 설립 이후 첫 작품으로 장전했다. 이 회사의 대표이자 게임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원술씨는 『강철제국이 2월중 완성될 예정』이라며 『다양한 캐릭터와 이벤트를 가미, 롤플레잉 게임의 선구자임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밝힌다.
또 하이콤과 밀레니엄 소프트 개발팀장 출신인 최호생씨가 작년에 설립한 단다소프트도 국내 최초로 점토 애니메이션(Claymation)게임 「도피성」을 2월에 출시, 컴퓨터 그래픽을 만능시하는 경향에 맞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이밖에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파이널 오디세이」를 개발중인 조이맥스(대표 전찬웅), 3D폴리곤 롤플레잉 게임 「벨피스기어 나이트」를 개발중인 드래곤플라이(대표 박철승), 네트워크 멀티플레이기능이 추가된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쥬라기원시전 2」의 완성을 앞둔 트릭(대표 최재찬) 등 설립 2∼3년째를 맞는 게임개발사들도 신작으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게임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게임개발사들이 계속 생겨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추세는 국내 게임산업의 저변이 계속 넓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신생개발사들의 작품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정품수요와 유통기능이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오기자 ho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