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메디칼의 대표이사 사장을 겸임하게 될 중외제약 최현식 사장(58)의 발탁 배경과 중외메디칼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외제약 공채 1기로 서울대 약학과를 나온 최 사장은 각 부문의 요직을 두루 거친 전문 경영인으로 98년 중외제약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생존경영」에 기초한 일관된 경영활동으로 IMF 관리체제에서도 안정적 성장의 토대를 구축한 것이 높이 평가돼 이번 인사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종호 회장의 신임도가 높아 이전과 달리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2000년대 비전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기업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임직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생존경영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는 한편 임직원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닌 도와주는 자(Helper)로서 사장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를 「제2창업의 해」로 선포하고 전 임직원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행동강령으로 △창의성을 전제로 한 총화 및 문제해결 능력의 배양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통한 우위의 경쟁력 확보 △인적 자원의 적극적인 개발 등을 제시했다.
최 사장의 경영 스타일과 취임 일성을 감안하면 임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최 사장은 활발한 기업활동보다 생존을 위한 관리와 감량경영에 더욱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설립키로 했던 일본 히타치메디컬사와 합작회사 건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중외측은 올 상반기까지 기존 히타치사의 국내 독점 판매권과 관련 인력 등을 합작사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현 인원을 약 50%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수출 업무와 시험분석기 등 소위 「돈이 될 만한 핵심 사업」은 제약으로 이관해 놓고 있다.
또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및 연구개발 방식이 제약과 판이한 점을 감안하면 제약 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최 사장이 의료기기 부문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 현상유지 차원의 경영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 사장은 히타치 관련 사업 부문이 떨어져 나간 후 업계 2∼3위권 매출을 자랑하던 중외메디칼이 아니라 일개 중소업체를 관리하는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렇게 된다면 중외메디칼은 향후 타 제약사처럼 수익성 높은 사업은 제약에 이관하고 단순 판매업체로 전락하거나 회사의 간판을 내리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의료기기 사업을 제약 사업과 동일시하는 중외그룹의 기업 풍토를 감안하면 최 사장 체제의 중외메디칼도 전임 안병욱 사장과 최덕길 사장 체제와 마찬가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