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종합유선방송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공연법」 등 영상·방송관련 3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제·개정됨에 따라 케이블TV분야에 복수사업자가 전면 등장할 수 있게 되고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신설돼 그동안 각각 분류됐던 음반·비디오·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를 공통 적용하게 되는 등 영상·방송산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르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제·개정된 이들 3개법은 기존 산업발전에 걸림돌로 제기되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업체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을 위한 근거를 담고 있어 문화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며 관련업체들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법률 통과로 케이블TV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은 「종합유선방송국(SO)·프로그램공급자(PP)·전송망사업자(NO)간 상호겸영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허용, 종합유선방송국 또는 프로그램공급자를 겸영하거나 주식 또는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의 시행일자를 오는 3월 1일로 정했으나 이를 수정, 법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토록 함에 따라 복수 PP·복수 SO 등의 출현이 당장 가능케 됐고 SO와 PP간의 겸업도 허용돼 케이블TV업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업체간 물밑 거래를 통해 추진해온 인수·합병 움직임이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정된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은 기존 이들 분야를 관할하는 법규가 공중위생법·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 등으로 산재, 3개 분야에 대해 각각 다른 규정을 적용해 등급을 분류했던 것을 단일법안에 담아내 통합 적용하게 됨에 따라 체계적인 산업정책과 지원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은 비디오·게임물 제작업자 등록시 시설기준을 페지하고 컴퓨터 게임장과 노래연습장은 각각 허가제와 신고제였던 것을 공히 등록제로 완화하고 음반판매업자는 등록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관련업체들의 진퇴가 자율화됐다. 가장 큰 변화는 등급위원회 및 등급분류 내용의 변화다.
제18조 등급분류 조항은 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내용에 대한 등급분류를 △전체이용가(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 △12세 이용가(12세 미만 이용불가) △18세 이용가(18세 미만자 이용불가) 등 3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는 기존 「연소자 관람가」 「중학생 관람가」 「고등학생 관람가」 「연소자 관람불가」 등의 4개 등급을 간소화해 등급심의를 다소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게임장에서만 사용되는 게임물은 사행성이 지나쳐 등급을 부여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사용불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전체 이용가」와 「18세 이용가」 등 2개 등급만 부여하는 대안을 제시, 시행령에 반영한다는 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신기남 의원이 발의했던 「등급외」를 두자는 의견은 미풍양속을 저해할 수 있고 아직까지 이르다는 여론에 밀려 반영되지 않았다. 이같은 등급심의는 신설되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맡도록 해 기존 심의기관인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는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게임분야는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명실공히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동안 게임에 대한 법령은 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법 시행령에 「전자유기기구」 「유기장업」 등으로 간접 규정되는 등 게임산업은 물론 게임이라는 용어 자체가 법령에 등장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제정한 법률의 전면에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번 법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 분야는 속칭 「게임방」과 오락실로 불리는 「컴퓨터 게임장」이다. 새법은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에 의해 오락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유형물에의 고정여부를 가리지 않는다)과 오락을 위해 게임장내에 설치·운영하는 기타 게임기구를 말한다』고 정의, CD롬 타이틀에 담기는 것은 물론 인터넷 등 통신망을 이용한 게임과 컴퓨터게임장에서 종래에 사용하던 유기기구까지 게임기구에 포함시키는 등 게임산업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게임장업의 업종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세분할 수 있도록 해 최근 신종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속칭 「게임방」에 대해서는 별도의 업종으로 세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정부는 인터넷이용 게임장의 등장에 따른 게임장 특성을 반영해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 게임장을 「컴퓨터 게임장업」 「멀티게임장업」 등으로 세분하는 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장의 대형화를 유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제21조에서 게임장의 형태를 「전체 이용가」 등급의 게임물만을 취급할 수 있는 「일반게임장」과 「18세 이용가」 등급의 게임물도 다룰 수 있는 「종합게임장」으로 세분, 「종합게임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요건에 따라 자치단체장에게 신청해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 법률이 게임장용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합격·불합격 여부만 따지고 게임장도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만을 허용,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제한해왔던 것과 비교해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산업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