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혈압계·초음파 영상진단기·X선 촬영장치·레이저 수술기 등 각종 전자의료기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속히 전환되는 것은 디지털 방식이 아날로그 방식보다 의료영상의 질이 우수하고 진단의 정확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진료 데이터의 송·수신 및 데이터베이스화가 가능해 세계 전자의료기기 기술 흐름에 부합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미 대표적 전자의료기업체인 메디슨의 경우 지난해 10월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도시바,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업체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흑백에서 컬러, 2차원에서 3·4차원, 보급형에서 중·고가형까지 디지털 초음파를 완벽히 구비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초음파 영상진단기의 디지털 기술은 이들 업체보다 2∼3년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컬러 제품의 가격을 경쟁사의 아날로그 컬러 수준으로, 디지털 흑백 제품은 타사의 아날로그 흑백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함으로써 2000년 이후 디지털 제품이 7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X선 촬영장치(DR:Digital Radiography)는 한국전기연구소·동아엑스선기계·삼성전자·한국과학기술원 등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GE·필립스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중기거점과제로 추진중인 디지털 X선 촬영장치는 방사선 필름이 없어도 촬영 즉시 판독이 가능하고 방사선 피폭량이 적으면서도 해상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미지 프로세싱도 가능해 향후 아날로그 장비를 전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장비로 기술 파급효과가 큰 데다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시장 전망이 매우 밝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DR 관련 G7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인제대와 중소기업인 제이엠테크놀로지는 각기 다른 방식의 DR를 개발중이어서 2000년대 중반경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DR 생산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레이저 수술기업계의 경우 지난해 초 후발주자인 에스엠메디칼이 이산화탄소 레이저 수술기를 디지털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선발업체들까지 디지털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핵심부품인 파워를 반도체로 사용함으로써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 고출력은 물론 저출력에서도 출력의 변화없이 일정 조사가 가능해 수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장점이다.
위상제어방식을 채택한 기존 아날로그 제품의 경우 저출력에서는 출력이 일정하지 않아 시스템의 안정성이 다소 떨어지던 것을 디지털 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병원용 고가 장비 외에 가정용 소형 장비의 디지털화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세인전자·자원메디칼·메스메드시스템 등에 의해 이미 전 품목이 디지털화된 전자혈압계에 이어 보청기·적외선 체온계 등도 디지털화에 성공한 것이다.
자원메디칼은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고막형 적외선 디지털 체온계를 국산화했으며, 삼미음향기술도 디지털 보청기 전용 DSP 칩을 내장해 고도 난청자와 특정 대역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감음신경성 난청자 등에 유용한 주머니형 디지털 보청기를 올 3월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화시대를 맞아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는 세계적인 기술 흐름』이라고 전제하고 『전자의료기기업계도 아직 아날로그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제품군의 디지털화가 광범위하게 진행중이어서 2000년경이면 모든 전자의료기기의 디지털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