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과 관련, LG그룹이 7 대 3 합병이 아닌 LG반도체 지분 전부를 현대에 현금 트레이드하겠다는 요구를 제시함에 따라 당초 7 대 3을 전제로 통합 작업을 추진해왔던 현대전자의 전략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LG 측의 돌발 제의에 대해 당혹감을 보였던 현대전자는 일단 1백% 지분 인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양사의 합병은 당초 우려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전자 측은 『합병이라는 큰 틀이 합의된 상황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통합 협상을 낙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전자의 실질적 경영권자인 정몽헌 회장이 빅딜의 최대 장애물로 예상했던 종업원 전원 고용승계 조건을 수용키로 하면서 빅딜 조기 마감의 기대를 더욱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통합을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갈 경우 예상외로 협상을 가로막을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산재해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LG는 반도체사업을 넘겨주는 대가로 총 1조3천억원에 이르는 주식가격(총 지분의 59%)과 영업권 및 기타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까지 모두 요구한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상태다.
여기에 현대전자와 통합 후 시너지효과 62억달러의 일부도 요구할 방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G의 요구액은 최소 5조원 이상이라는 계산이다.
향후 벌어질 구체적인 인수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대로선 이같이 엄청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LG반도체의 구본준 사장이 7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의 주가총액에 우리가 갖고 있는 유·무형 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을 철저히 요구할 것』이라고 언급, 향후 합병 협상의 어려움을 예상케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측이 정해놓은 부채비율 2백%의 가이드 라인을 맞춰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반도체 빅딜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봄이 온 것 같지만 봄은 아닌 것 같다(春來不似春)』는 말로 현재의 심정을 대신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