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42);비타민C 전쟁

 비타민은 동물의 생명유지 활동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외부에서 섭취해야만 하는 물질이다.

 체내에서 생성되는 것은 호르몬이라 부르는데 비타민과 호르몬의 공통점은 둘 다 극히 소량으로도 제 구실을 다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물 중에도 어떤 종에서는 체내에서 만드는 물질을 또 다른 종에서는 외부에서 섭취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즉, 같은 물질이 어떤 동물에게는 호르몬이 되지만 또 다른 동물에게는 비타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C는 인간의 몸 속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지만 토끼나 쥐 등에서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20세기초까지 과학자들은 동물의 생명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탄수화물·단백질·지방·무기질·물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들 성분을 골고루 배합한 사료를 줘도 실험 동물들이 정상적인 발육을 보이지 않자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여 비타민의 존재를 밝혀낸 것이다.

 비타민은 크게 지용성과 수용성 두 가지로 나뉜다. 지용성은 지방에 녹는 것으로 비타민 A·D·E·F·K·U 등이 대표적이다. 열에 강한 편이라서 식품 가공이나 조리할 때에도 잘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물에 녹는 수용성 비타민으로는 B·C·L·P 등이 있다.

 오늘은 비타민 C와 관련된 재미있는 비화 한 토막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비타민 C는 감귤과 녹색 채소에 많이 포함돼 있으며 이것이 부족할 경우 혈관 벽이 약화되어 괴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 C는 인체의 면역기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킨다는 연구가 있는데 바로 이 주장을 두고 미국에서는 「비타민 C 전쟁」이라고 불리는 논란이 일어났다.

 미국의 과학자인 라이너스 폴링은 항원·항체 반응에 대한 연구로 54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62년에는 반전·반핵 평화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그는 노년에 들어서 비타민 C의 인체 면역기능 강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다가 혁명적인 이론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현재 알려져 있는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은 25㎎ 정도지만 폴링은 인간이 하루에 1만8천㎎ 정도의 비타민 C를 계속 섭취하면 인체의 면역기능이 대단히 크게 강화되어 심장병이나 암 같은 질환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비타민 C의 감기예방 효과 역시 폴링이 처음 제기한 것이다.

 이처럼 비타민 C를 대량 복용할 경우 인체 내의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암세포 발생이나 성장이 억제되고, 또한 혈관계의 탄력성이 증가되어 심장질환도 상당히 예방된다는 것이 폴링의 이론이다. 그는 평소 소신에 따라 스스로 대량의 비타민 C를 섭취했으며 여러 말기 암환자들에게도 복용하도록 했다(폴링 자신은 9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정력적인 활동을 계속하다가 전립선암으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타민 C가 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식품의약품국(FDA) 판정에 따라 영양 보조제, 즉 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특별한 부작용이 없지만 또한 별다른 치료 효과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폴링의 이론대로라면 이 효과적인 항암제이자 면역 강화제인 비타민 C를 싼값에 슈퍼마켓에서 누구나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폴링의 이론이 옳다면 미국의 의료체계나 제약업계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폴링의 주장에 반박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고 그 결과 아직까지 「비타민 C 전쟁」은 결판이 나지 않은 상태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