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조정남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은 새해 통신업계 최대 이슈인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독립변수다. 이미 가입자 6백만명을 돌파, 세계 7위의 서비스업자로 부상한 SK텔레콤은 이동전화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은 물론 자금동원 능력, 기술력 등이 모두 「지배적 위치」에 올라 있어 한국통신과 더불어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앞에는 종합정보통신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외자유치, 이를 수행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포화상태에 다다른 주파수 추가 확보 및 해외시장 개척 등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격랑이 예상되는 새해 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호가 어떤 방향으로 키를 돌리느냐에 따라 업계 전체가 또다른 파고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통신업계의 선두회사 SK텔레콤의 진로가 주목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연말 SK텔레콤의 신임 사령탑에 오른 조정남 사장을 만나 새해 구상을 들어봤다.

대담:정복남 정보통신산업부장

 -지난 해에도 한국경제는 수많은 변화와 어려움 속에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우선 지난 해 경영실적을 평가해 주십시오.

 ▲지난해 SK텔레콤은 IMF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노력과 고객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에 힘입어 약 3조5천억원의 매출과 1천7백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97년 매출액이 3조5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 성장이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익 수준은 그런대로 유지한 것 같습니다.

 -좀 나아져야 한다는 바람과 소망으로 올해 경기를 낙관하는 사람도 있지만 99년 역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업계의 경영환경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올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경기는 전체 경기와 무관한 것 같습니다.

 IMF 경기침체 속에서도 정보통신산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이동전화도 큰 성장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당경쟁과 과다보조금이 계속된다면 어느 누가 적자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과당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이 계속 증가해야 한다면 SK텔레콤도 어려움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SK텔레콤이 올해 달성코자 하는 경영목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구체적인 달성 방침을 세우셨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SK텔레콤의 올해 매출목표는 4조원입니다. 이동전화 서비스에서 3조6천억원, 무선호출 서비스에서 2천6백억원, 신규사업 등 기타 사업분야에서 1천4백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순이익은 2천억원이 목표입니다.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SK텔레콤은 강도 높은 기업혁신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12월 전략기술·전략지원·무선사업·신규사업 등 4개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성한 데 이어 앞으로도 핵심역량 강화, 책임경영, 가치중심경영을 3대 축으로 기업혁신 작업을 계속해 나갈 방침입니다.

 -지난해 PCS 사업자들의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6백만 가입자를 달성하며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다졌습니다. 선도사업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케팅 전략은 무엇입니까.

 ▲SK텔레콤은 품질과 고객서비스로 승부할 것입니다. 고객서비스는 앞으로 시장에서 SK텔레콤 마케팅의 핵심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보다 한 발 앞선 만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이 바로 SK텔레콤이 추구하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서비스 통합을 통한 상품고도화와 기존 고객에 대한 보상 강화, CDMA망을 근간으로 한 망 통합과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동전화시장에 대한 구조조정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업계의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직접 나서 시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동전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참으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과당경쟁과 중복투자가 이동전화 사업자들의 적자를 유도하는 결과를 낳게 되자 구조조정론이 제기된 것 같습니다. 문제를 공감하고 시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시장자율과 강제조정 중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정부와 사업자 모두가 득이 되는 윈윈(Win Win) 전략이 유도돼야 하겠지요.

 -가입자 수용용량 부족을 이유로 SK텔레콤은 주파수 대역의 추가 할당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동전화 구조조정론과 맞물려 SK텔레콤이 모 사업자를 인수코자 한다는 소문까지 있는데 주파수에 대한 원칙이나 희망사항이 설정돼 있습니까.

 ▲주파수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8백㎒ 대역, 이차적으로 ㎓대 대역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011 이동전화가 8백㎒ 대역을 사용하고 있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얻을 경우 장비나 운영면에서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주파수 대역이 같은 모 사업자를 인수코자 한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주파수 추가 할당시 「8백㎒ 대역이 좋다」는 얘기가 확대 해석된 것 같습니다.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처리 문제에 대해 지금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 지분한도를 49%로 조정하는 시기를 결정할 때도 SK텔레콤은 많은 의혹과 논란의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SK텔레콤은 정부가 당초 약속을 지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영권은 정부가 주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통신의 목소리가 다른 것 같아 혼란스럽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영안정화도 이루지 못한 회사에 누가 투자하려 하겠습니까. 투기성 자본보다는 건전한 자본이 영입돼야 경영안정화도 이뤄질 것입니다.

 SK텔레콤은 한국통신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자를 유치하고자 했습니다.

 SK텔레콤이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했다는 일부의 주장도 옳지 않습니다. 정부는 합리적인 판단에 손을 들어줄 뿐입니다. 공연한 「로비설」은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해 일본 교세라와 합작으로 이동전화 단말기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단말기 제조사들로부터 거센 항의와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떤 대응책이 있습니까.

 ▲앞으로 단순 음성통화는 한계가 많습니다. 이동전화 단말기는 모든 서비스를 고객에게 전달할 때 첫번째 매개체가 됩니다.

 SK텔레콤이 단말기사업에 진출한 것은 우리만의 차별화된 고객만족형 단말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단말기 제조사들이 우려하고 있는 생산규모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제조사들과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겠지요.

 -CDMA기술에 대한 해외진출 계획이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현재 베트남과 중국에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는 목표로 현지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협력방안을 모색중입니다.

 위험부담이 적은 곳부터 단계적으로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며 조만간 가시화될 결과물도 몇가지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수출 진흥정책이 마련되면 더욱 많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영역을 초월한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이동전화에 대한 무선호출업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유일하게 두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사업자로서 어떤 계획이 있습니까.

 ▲지난 한해 동안 7백60만명에 이르던 무선호출 가입자수가 3백70만명으로 줄었습니다.

 위기입니다. 최후 저지선이 몇 명이 될지 SK텔레콤도 고민이 많습니다. 앞으로는 이동전화와 차별화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사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이를 준비 중인데 저렴한 가격과 높은 수신율, 각종 특수기능들이 무기가 될 것입니다.

 -SK텔레콤은 세계 최대의 CDMA 가입자 보유 사업자로서 IMT2000에 대해서도 많은 준비를 진행중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있습니까.

 ▲SK텔레콤은 지난 해 3월부터 이동통신 사업자와 주요 시스템 제조업체 등 7개 업체로 구성된 비동기 광대역(W) CDMA 연구개발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는 2000년 6월까지 비동기식 무선접속 규격에 의한 표준 모델시스템을 개발하고 2002년까지 상용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현재 사용자 요구사항을 완성하고 개발규격서 작성작업을 진행중이며 일본 NTT 도코모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향후 우리나라가 기술종속을 피해 세계 통신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99년은 21세기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많은 희망과 반성이 교차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의 21세기 비전을 간략히 정리해 주십시오.

 ▲SK텔레콤에는 「MOVE21」이라는 경영목표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움직이는 통신을 기반으로 2005년에 매출규모 15조원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일류 종합정보통신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SK텔레콤의 사업비전이 담겨 있습니다.

 또 SK텔레콤이 21세기를 움직이는 주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도 있습니다.

 -끝으로 국내 정보통신업계와 정부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과열경쟁을 지양하고 품질수준을 높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좋겠습니다.

 업계와 정부가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때 국내 정보통신 수준도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정리=김윤경기자 y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