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과 프로그램공급사(PP)간 99년도 프로그램 공급계약 협상이 본격 이뤄지고 있어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시작되는 SO와 PP간 프로그램 공급 협상은 수신료 배분을 놓고 NO·PP·SO 등 3분할 사업자간에 워낙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데다 PP 내부에서도 수신료 조정을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져 한번도 순탄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다. 올해에는 특히 채널티어링, 전송망사업자의 분배율 상향조정 요구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SO와 PP들은 최근 99년도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위한 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달 안에 공급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 아래 기본채널에 대해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체계약 방식으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채널티어링에 포함되는 PP에 대해서는 당사자간에 개별계약을 추진하도록 일단 잠정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대로라면 99년도 프로그램 공급협상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사정은 의외로 복잡하다.
우선 NO인 한국전력과 2차 SO간의 전송망 사용료 인상 합의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한전의 망 설치 지연으로 개국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2차 SO들이 최근 조기개국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전체 수신료 가운데 NO몫으로 지금보다 5% 많은 20%를 주겠다고 구두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1차 SO와 PP, 2차 SO와 PP간 계약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1차·2차 SO간 전송망 사용료에 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수신료 배분기준의 이중잣대 적용이 불가피해진다는 얘기다.
1차 SO지역의 경우 SO의 수신료 배분율이 종전과 같은 52.5%가 되지만 2차 SO몫은 47.5%로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2차 24개 SO 가운데 일부 자가망을 설치하는 SO를 제외한 상당수 SO가 PP몫으로 32.5%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SO몫은 자동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SO의 한 관계자는 『2차 SO들이 개국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공급 협상에서는 PP와 SO가 서로 상대방의 업무에 관여하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어 상당한 설전이 예상된다.
우선 PP는 SO별로 가입자 유치 등 마케팅 목표치를 설정해 수신료 책정시 감안하자는 입장이다.
즉 SO들이 합의한 목표 가입자수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목표치 기준으로 수신료의 32.5%를 받겠다는 것이다. SO들이 가입자 확보에 상당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SO들은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PP간 수신료 책정시 SO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며 PP들을 압박하고 있다.
빈번한 순환편성으로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는 PP들에게는 수신료 책정시 그만큼 불이익을 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얘기다.
이같은 SO들의 움직임을 의식해 PP들은 최근 사장단 모임에서 수신료 책정시 적용하던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기준을 「시청률 20%, 균등분배 30%, 방송시간 50%」에서 「시청률 30%, 균등분배 30%, 방송시간 40%」로 변경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PP간 수신료 차등폭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PP를 종전 시청률 기준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묶던 것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럴 경우 최고의 수신료를 받는 PP와 최저 금액을 받는 PP간 차이가 현재는 2배 정도에 불과하나 새로운 평가기준 아래서는 무려 3배 이상 나게 되는 등 PP간 격차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널티어링 도입에 따른 개별계약의 실시, 2차 SO의 망 사용료 인상 잠정 합의, SO와 PP간 상호견제 요구 등이 한데 얽혀 있는 올 PP·SO간 프로그램 공급 협상이 과연 어느 선에서 최대공약수를 찾게 될 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김위년기자 w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