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철 한국IBM 사장(52)은 올해 국내 정보기술(IT) 시장환경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인력 중심의 구조조정이 올해에는 기업혁신(이노베이션)쪽으로 옮아갈 것이 분명하고 여기에는 IT 투자가 필수적으로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IT 수요가 5∼6%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한국IBM은 이보다 높은 기업성장률을 기록하겠다는 의욕도 감추지 않는다. 지난해 신중경영론에서 올해는 적극론으로 바뀐 것이다. 또 신 사장은 올해 한국IBM의 이미지를 판매회사에서 「종합마케팅 회사」로 변신시키겠다는 방침 아래 조직을 재정비했으며, 사내에 「HPC(High Performance Culture)」라는 새로운 문화를 심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신 사장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e비즈니스」와 「아웃소싱」을 올해의 역점 추진사업으로 꼽고 있다.
대담:조인 컴퓨터산업부장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국내 IT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는데 지난해 사업환경과 올해 전망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특히 IT시장에서 새롭게 부각될 분야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지난해에는 국내 IT시장 수요가 약 30% 정도 역신장하는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특히 솔루션분야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한국IBM의 매출도 적지 않은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지난 한해 동안 조직과 인력감축, 자산이관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안점을 둔 구조조정(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업무 차원의 리엔지니어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IBM은 그러나 시장점유율이나 고객만족도, 직원사기 및 회사 이미지 면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국내 IT시장이 적어도 5∼6% 정도 성장할 전망이며 실제 산업별 성장폭이나 내용은 더욱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부각될 분야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아웃소싱이 빠르게 형성되고, 이와 함께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자상거래」 솔루션의 구축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경영상 애로점, 특히 예측하지 못했던 돌출변수는 무엇이었으며 올해에는 어떠한 것들이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까.
▲금융권의 지각변동으로 인한 수요격감이 가장 큰 변수였습니다. 특히 은행고객 두 군데가 퇴출되는 과정에서 전산시스템 구축 및 용역비 수십억원을 못받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금년도에는 컴퓨터 2000년(Y2k)문제와 유연한 경비구조 확립이 관건으로 대두될 전망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Y2k문제로 상반기에 전산수요의 50∼60% 투자완료 후 하반기에는 Y2k 대응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IBM 입장에선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다소 회복되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도 불확실한 요소가 많아 유연성 있는 경비구조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올해 한국IBM의 매출목표와 중점 경영전략은 무엇입니까.
▲내부적으로는 지난 97년(5천2백92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올해 산업성장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먼저 조직적인 측면에서 판매 중심의 구도를 마케팅 위주로 재편, 올해부터 회사의 모드를 마케팅회사로 탈바꿈시킬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통합마케팅 담당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측면에선 e비즈니스와 아웃소싱쪽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e비즈니스의 경우 지난해가 본격적인 국내 소개단계였다면 올해에는 시장환경에 적합한 통합된 솔루션을 적극 제공하면서 실용사례를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즉 e비즈니스라는 공통된 전략을 기반으로 모든 산업분야의 고객들이 전자상거래를 실질적으로 도입·활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산업 솔루션 및 서비스에 대해 마케팅을 대폭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웃소싱 또한 서비스 사업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핵심도구로 키울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회사 내부적으로는 우수 인력이 대우를 받는 차별화된 인센티브 제도(HPC)를 정착시킬 각오입니다.
-한국IBM이 올들어 강조하는 HPC는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HPC는 업적이 뛰어난 직원들이 제대로 보상받는 풍토를 조성함으로써 역동적이고 경쟁력 있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입니다. 즉 현재 보유한 분야별 기술력을 파악하고 업계에서 최고인가를 자문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개발·보완, 시장 리더십을 유지·강화하는 데 그 취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핵심 기술인력이 사업부 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현행 인사관리 제도를 개선, 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보다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회사를 끊임없이 배우는 조직으로 운영하고 기술력과 실적 위주의 인센티브 조직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한편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핵심 직위에 능력있는 인력을 기용해 전체를 리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진정한 창조적 소수를 실현해 나갈 방침입니다.
-아웃소싱이 한국IBM의 핵심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전략을 들려주십시오.
▲기본적으로 전산과 네트워크의 운영은 전문업체가 더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한국IBM은 이미 충남방적에 이어 지난해 말 대한항공 및 동국제강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내에서 실질적인 아웃소싱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말에 아웃소싱 전담회사인 「IBM글로벌서비스」를 한국IBM의 자회사로 설립해 이제 본격적인 아웃소싱사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먼저 지난해 체결된 아웃소싱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에 힘쏟아 국내 아웃소싱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를 만들고 금융권·공공기관 등으로 그 대상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업무개발 단계에선 아웃소싱의 도입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지만 「운영」 측면에선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아웃소싱은 또 서비스 수준에 대해 명확하게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현재 몇몇 금융기관 및 기업들과 아웃소싱에 대해 상담중이며 올해 이 분야에서 상당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e비즈니스 사업전략에 대해서도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지난해 국내시장에 e비즈니스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대신증권·현대자동차·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성공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올해도 신설된 마케팅 조직을 통해 e비즈니스 마인드 확산에 역점을 두면서 실제 구축사례를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올해 e비즈니스 사업방침의 골자는 「Putting e비즈니스 to Work」로 함축해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기술 및 솔루션을 기반으로 구축사례를 크게 늘려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영동반자 및 시스템통합(SI)업체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공동마케팅과 공동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분야에 초점을 두고 인터넷 빌링, 뱅킹 및 보험 솔루션 등 다양한 산업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 대 기업(Business to Business) 솔루션 구축사례 확보에도 주력해 현재까지 쇼핑몰과 같은 B-to-C 사례 위주의 전자 비즈니스 추세를 실제 기업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본사 차원에서 자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배경과 전략은 무엇입니까.
▲CRM시장은 세계적으로 2002년까지 연평균 44%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가트너그룹)될 정도로 최근 IT분야에서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사가 설립한 코아포인트테크놀로지사는 IBM이 로터스 또는 티볼리의 성공적 사례를 CRM분야에 적용하고자 최초로 시도하는 형태의 회사입니다.
그만큼 본사 차원에서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금융·통신·제조·유통·정부기관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특히 금융 및 통신 산업분야를 우선 영업대상으로 삼아 산업 특성에 맞는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올해는 Y2k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인데 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계획입니까.
▲한국IBM은 컴퓨터 Y2k문제가 전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임을 인지하고 그동안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컴퓨터 사용자들의 2000년 문제인식을 높이고 또한 이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정보와 실제적인 지원을 강화해 왔습니다. 즉 각종 세미나를 통한 인식제고와 인터넷을 통한 관련기술 및 기획정보, 그리고 IBM 제품들의 2000년 대응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했으며 2000년 관련 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올해는 고객들이 2000년 연도표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을 펼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이미 Y2k문제에 대응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으며 모든 경영동반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고객들이 2000년 연도표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솔루션 지원을 펼칠 것입니다.
<정리=이윤재기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