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ST매각 배경과 의미

 삼성전자가 컴퓨터사업의 가장 큰 애물단지인 미국 AST리서치사를 매각함으로써 3년 7개월 동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끌어온 AST사업에서 마침내 철수했다.

 삼성전자는 11일 미국 패커드벨 회장을 역임한 베니 앨러짐이 주도하고 있는 투자그룹과 『투자그룹에서 현금 1천2백50만달러를 투자해 65%의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AST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동시에 미국 투자그룹과 「AST컴퓨터」라는 별도법인을 설립키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PC사업부문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삼성전자의 AST 매각은 국내 정보기술(IT)업계의 무분별한 해외투자사업에 대해 경종을 울렸으며 그 대가 역시 너무 컸다는 게 컴퓨터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3억7천7백만달러를 투자해 당시 세계 시장점유율 5위를 달리던 AST를 인수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AST는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 줄곧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내리막길로 치달아왔다.

 삼성전자는 초기투자비용 3억7천7백만달러에 지난 97년 경영수지 개선전략으로 5천만달러를 추가해 총 4억2천7백만달러를 AST에 쏟아부었으나 지난해 자산매각대금 6천3백만달러와 이번 지분매각 금액 1천2백50만달러를 합쳐 총 7천5백만달러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또 삼성전자가 밝힌 AST브랜드의 PC관련 특허 등 무형의 자산가치 5백만달러를 합쳐도 회수금액이 9천만달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전자는 AST사업분야에서 2억달러 이상 규모의 막대한 손실을 입고 철수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왜 AST를 이같이 헐값에 매각했는가.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지난 95년 이후 세계 PC시장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AST의 매출격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실사업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자사 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AST를 AST컴퓨터라는 별도법인으로 재탄생시키고 35%의 지분을 유지하는 만큼 AST사업 실패보다는 사업변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AST사업이 인수 당시부터 실패가 예고됐으며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해외투자 실패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초기인수금액이 지나치게 높았던 데다 현지화작업 실패, 일관성없는 경영전략, 영업전략의 부재 등 다양한 부실요인이 겹치면서 AST가 삼성전자의 인수 이후 내리막길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등에서 출발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95년 AST 인수를 위해 투자한 금액은 3억7천7백만달러. 관련업계에서는 인수금액이 회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다만 이 평가는 95년 당시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시장 호황에 힘입어 막대한 순익을 창출하는 등 투자금액의 여유가 있었을 때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이후 현지화작업에 실패한 것도 AST사업 부실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ST 인수 당시 현지경영체제를 지속시키기로 발표했으나 1년반만에 현지경영인들을 물갈이하고 본사에서 경영진을 파견함으로써 AST직원들의 큰 동요를 불러 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96년말 경영진 물갈이와 함께 기술인력 및 영업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세계 주요 IT업체들이 해외투자사업을 추진할 시에 현지경영체제를 유지함으로써 성공하는 일반적인 관례를 깸으로써 사업실패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영업전략의 부재는 이같은 현지인력의 유출과 맞물려 발생했다. 현지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이 떠나가면서 AST의 영업력이 손실되고 이어 삼성전자가 AST에 국내 영업전략을 적용하면서 극심한 매출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AST는 이로 인해 지난 95년 3천7백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 시장점유율 5위 업체에서 극심한 수요 및 매출액 감소로 97년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지난해초 미국 어빈 소재 본사 건물과 포트워스 소재 공장 및 부지, 영국 아일랜드 소재 공장 등 총 6천3백만달러 어치의 자산까지 매각했다. 이어 AST는 가정용 PC사업에서 손을 떼고 기업용 PC와 서버분야로 사업을 축소하는 한편 직원수도 10분의 1 수준인 4백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중소 컴퓨터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

 즉 삼성전자는 거대 공룡기업을 받아들여 3년 7개월만에 중소 PC제조업체로 둔갑시켜 헐값에 매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AST 매각으로 수익 및 현금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 가동중인 미국 텍사스공장과 아일랜드의 기존 AST공장을 해외 PC 생산기지로 삼아 자가브랜드 수출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를 계기로 해외PC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하튼 이번 삼성전자의 AST 매각은 국내 IT업계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지적되면서 현대전자의 「맥스터」, LG전자의 「제니스」 등 기존 국내 IT업계가 인수하거나 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의 외자유치 및 매각향방에도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