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의 개혁을 외치고 실천하는 40대 기수들이 등장, 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성근(46)·명계남(47)이 전면에 나서고 유인택(48)·이창동(45)·김혜준(38)이 뒤를 받치는 양상이다. 이들은 최근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국영화계 중흥 및 개혁」에 뜻을 모으고 있는데 목소리가 큰 만큼이나 움직임도 구체적이고 힘이 있다.
작년 11월 문성근·명계남·유인택·김혜준은 「충무로포럼」을 통해 자신들의 결속을 처음 드러냈다. 이 모임의 취지는 영화업종사자·평론가·대학교수·정부관리·국회의원·관객 등이 모여 영화계 현안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결론을 여론화하자는 것. 당시 영화계에서는 완전등급제 도입과 등급외전용관 설치문제가 최대 화두였는데 이들 4명은 대표적인 찬성론자들이었다. 특히 등급외전용관 설치문제가 「반대=보수」 「찬성=진보」의 양상을 띠면서 이들은 영화계 개혁파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충무로포럼 첫 행사에서는 뜻밖에도 미국이 한미통상협상과정에서 스크린쿼터(한국영화의무상영일)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문성근 등은 스크린쿼터 사수 여론몰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도, 스크린쿼터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는 대응을 펼쳤고 최근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가 스크린쿼터제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는 성과를 거뒀다.
오는 20일에는 문성근·명계남·유인택·이창동과 중소기업 가나안의 염태순 대표가 모여 설립한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영화제작·투자전문회사 「유니코리아문예투자」(대표 문성근)가 출범한다. 이들은 유니코리아 설립배경을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구조를 영화인 스스로 설계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코리아는 영화인들이 힘을 합하고 연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니코리아는 올해 5∼8편의 영화를 제작·지원할 계획인데 첫 영화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결정됐다. 오는 21일부터 유니코리아 산하 배우아카데미 운영을 위한 신인 공개모집에 들어가 배우를 양성하는 한편 이들 중에서 「박하사탕」의 주·조연급 출연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문성근·명계남·이창동 등이 함께 마련한 「아이찜 시나리오 창작기금」도 본격적으로 운용된다. 아이찜 시나리오 창작기금은 숨은 인력을 발굴하고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 공모를 통해 5명 안팎의 작가 혹은 작가지망생을 뽑고 이들에게 작품 집필료로 5백만∼1천5백만원을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최근 발표된 제1차 아이찜 시나리오 기금 선발작가는 「엔터」의 민병관, 「해에게서 소년에게」의 임선경, 「숨쉬는 새우깡」의 최재경, 「37.8」의 김구모, 「장난칠꺼야」의 최경식, 「거울」의 김윤희 등 6명이다. 현재 가나안의 염태순 대표가 기금 1억원을 내놓은 상태다.
이렇듯 영화의 기획·제작·지원은 물론이고 인력발굴과 영화정책에까지 굵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40대 영화인 5인방의 활동에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