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편지를 대체해버린 「전자우편」을 매개로 엮어진 남녀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의 노라 애프런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다시 힘을 합쳤다. 전형적인 도시 미국인들의 얘기를 다루면서도 감미로운 사랑을 따뜻하게 포장하는 노라 애프런의 솜씨답게 「유브 갓 메일」은 귀엽고 따뜻하다.
주인공을 맡은 멕 라이언과 톰 행크스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백전노장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를 비롯한 노라 애프런 감독의 전작들에서 보여진 재기 넘치는 대사들로 버무려진 상황설정, 다소 과잉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음악 선곡까지 「유브 갓 메일」은 진부한 패턴의 상업적 공식을 따라가지만 상쾌하며 편안하다.
대형서점 체인점인 「폭스 북스」를 운영하는 조 폭스(톰 행크스 분)와 맨해튼의 길모퉁이에서 40년 동안 대를 이어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캐슬린 켈리(멕 라이언 분). 두 사람은 각각 「NY152」와 「Shopgirl」 이라는 ID로 채팅을 통해 알게 된다. 서로가 동거하는 애인의 눈치를 살피며 두 사람은 전자우편을 주고받는다. 조건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말 것.
애인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사이버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이 익명의 만남은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캐슬린의 서점 앞에 조의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진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높은 할인율, 편안한 휴식공간 등으로 무장한 조의 대형서점 때문에 캐슬린은 궁지에 몰리고 조와 캐슬린은 서로 앙숙이 된다.
그러나 통신상에서 만나는 NY152와 Shopgirl은 서로를 따뜻하게 위로하는 멋진 친구들이다. 캐슬린은 NY152에게 「오만과 편견」이 얼마나 좋은 책인가를 역설하고 조는 Shopgirl에게 「대부」의 대사를 빌려 사업상 어려움이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언론의 힘을 빌어 서점을 살리려 하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되고 동거하던 애인과도 결별한 캐슬린은 NY152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약속장소에서 캐슬린을 발견한 조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결국 그녀를 자신의 사랑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컴퓨터 화면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오프닝 크레딧의 발랄함부터 초현대식 대형서점과 전통을 지닌 작은 서점, 타자기와 컴퓨터,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받아치는 비토 코를레오네의 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비적 상황들은 이 사랑스런 주인공들을 더욱 멋지게 포장한다.
「유브 갓 메일」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뉴욕이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꽃가게, 스타 벅스 커피 숍, 그곳을 아침마다 지나치는 뉴요커들의 일상사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이국적이며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