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해태전자 상품기획실장
80년대 후반에 절정의 호황을 누리던 국내 오디오산업이 90년대 들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97년 말부터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오디오산업을 이끌어온 하이파이 오디오 수요가 70% 가까이 축소된 것을 비롯해 카세트류와 미니 컴포넌트 등 기존 아날로그 오디오 제품들이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존 아날로그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차츰 외면당하고 있는 사이에 90년대 하반기 들어 등장한 디지털 AV리시버 앰프를 필두로 미니디스크(MD)플레이어·MP3플레이어·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 새로운 디지털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명백한 시대의 흐름이다. 또한 이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출발을 앞둔 오디오업체들에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기회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 보유라는 전제조건을 갖춘 업체들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한 업체들에는 장밋빛은커녕 암울한 미래일 뿐이다.
예컨대 올해로 출시 3년째를 맞은 DVD제품이 미국과 유럽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급속도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장이 형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 국내 업체들은 관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주요 핵심 부품을 전량 일본 업체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이 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1년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MD플레이어도 예외는 아니다. MD는 90년대 초반 침체의 늪에 빠진 일본 오디오산업을 부활시킨 새로운 매체로 현재 거의 모든 컴포넌트 오디오에 MD가 내장돼 있으며 다양한 상품이 출시돼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일본 오디오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발판으로 유럽시장 진출에 큰 성과를 거뒀으며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 전개하는 등 MD를 세계적인 히트상품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선 몇몇 업체들이 시장진출을 추진했지만 수요가 미진한데다 소프트웨어마저 부족해 시장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처럼 일본 업체들이 새로운 디지털 오디오로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IMF 한파 속에서 나름대로 혁신적인 기능과 톡톡 튀는 디자인을 채용한 신개념 오디오를 앞세워 불황탈출을 적극 모색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 기기인 MP3플레이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네티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세계적인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 전자관련 업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개념 오디오가 내수불황을 타개하고 나아가 수출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