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부문의 빅딜여파로 LG전자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가전산업 3두마차의 하나였던 대우전자가 삼성전자로 전격 합병이 결정되면서 국내 가전산업의 대부로 자처해온 LG전자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우전자가 삼성전자로 넘어가게 되면 LG전자는 30년 이상 유지해온 가전업계의 대부자리를 삼성전자에 넘겨줄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대우전자 인수를 계기로 우세를 잡을 경우 LG전자가 어떻게 열세를 만회할 것인지에 대해 우려섞인 관심을 표시해왔다.
그러나 LG그룹이 올 초 LG반도체를 현대전자로 넘기기로 전격 발표하자 업계관계자들의 LG전자에 대한 우려섞인 관심은 기대로 바뀌었다.
관심의 초점이 우려에서 기대로 바뀐 것은 LG그룹이 주력산업의 한 축으로 여겨온 반도체를 포기함에 따라 정보통신과 전자를 더욱 집중 육성할 것으로 익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LG그룹으로서는 가전보다는 정보통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눈치지만 LG전자가 전자그룹의 수장역할을 맡고 있고 정보통신 계열사의 모기업이기 때문에 LG전자를 강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LG텔레콤·LG정보통신을 비롯해 반도체 보상빅딜이 이뤄진다면 계열군으로 거느릴 것으로 기대되는 데이콤이나 온세통신이 모두 내수위주의 산업이기 때문에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LG전자를 강화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G전자 내부적으로도 최근의 급속한 환경변화에 따라 사업계획을 재조정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반도체의 매각결정 이후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방침에 따른 일방적인 수세에서 탈피, 디스플레이와 멀티미디어를 중심으로 정보가전을 집중육성시키겠다며 공세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가 정보가전을 주력품목으로 삼겠다는 방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 강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부채비율 2백% 달성이라는 부담에 상당히 시달려왔던 LG전자는 이를 위해 채산성 없는 사업부문의 매각이나 외자유치를 추진해 왔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최후의 수단으로 디스플레이 등 알짜배기 사업부문에까지도 외자를 유치하거나 매각까지도 신중히 검토하는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그룹의 LG반도체 매각결정은 LG전자로 하여금 부채비율 2백% 달성이라는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했다.
LG전자의 사업전략이 최근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자세로 변화된 것은 이때문으로 분석된다.
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LG전자가 디스플레이와 멀티미디어를 축으로 정보가전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을 내놓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