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지표면 탐사 레이더

 초음파 진단기는 우리가 말을 할 때 발생하는 음파의 성질을 이용해 어머니 배 속에 들어 있는 태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치다. 초음파는 특히 물과 같은 동일한 매질을 통과할 때 뛰어난 성능을 보여, 바다 속 깊숙히 잠행하는 잠수함 등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지만, 땅 속 등과 같이 그 성질이 전혀 다른 물질이 뒤섞여 있는 매질을 뚫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전기와 자기의 성질을 이용해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기술이 최근 국내에서 개발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 김세윤 박사로, 그는 최근 강력한 전자파를 이용해 땅속에 묻혀 있는 수도·가스관 등 지하 매설물의 위치를 정확히 탐지해낼 수 있는 지표면 탐사 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지표면 탐사 레이더는 1나노초(㎱)의 짧은 시간 동안 전압을 가해 발생하는 0∼3㎓대의 펄스전파를 지하 탐지물에 발사, 매설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전파를 다시 수신안테나에서 펄스전압으로 바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탐지내용을 해석할 수 있는 첨단시스템이다.

 특히 펄스전원, 안테나, 지하 매질, 매설물, 수신기 등 지표면 탐사에 필요한 변수를 레이더에 맞게 프로그램화해 신속하게 최적의 설계치를 구할 수 있는 설계기술도 개발, 신속하고 정확한 정밀탐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 박사팀은 이번에 개발한 설계프로그램으로 지표면 탐사 레이더를 제작하고 실제 탐사작업을 해본 결과 마른 모래 속에 48㎝ 깊이로 매설된 직경 2㎝ 정도 크기의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정확히 탐지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세윤 박사는 『이 시스템은 앞으로 지반 및 지질조사는 물론 고대 유적지 및 유물을 탐사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으며, 향후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휴전선 부근에 매설된 지뢰를 찾아내는 데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전자기파를 이용한 지표면 탐사에 대한 연구는 KIST 외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나정웅 교수팀과 자원연구소 정현기 박사팀 등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