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오는 2010년께 전체 인구의 반절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지식·정보관련 산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사업을 받쳐줄 기둥은 역시 전자산업이다. 통신네트워크·컴퓨터·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뒷받침 없이 효율적인 정보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 전자산업은 그동안 국가경제의 발전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60년대 초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양화한 산업을 일으켜 그 제품의 수출로부터 시작해 70년대에는 가정용 전자제품의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발돋움했고 80년대 이후에는 반도체와 산업용 전자기기 등에 주력함으로써 구조를 고도화해 나갔다.
즉 우리 전자산업은 한국경제가 요소주도형에서 투자주도형으로, 또 혁신주도형으로 발전 패러다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적절한 상품을 찾아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우리 전자산업은 이제 과거의 성장 패러다임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즈 앨런의 한국보고서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21세기 한국경제의 재탄생은 선진국과의 지식격차 해소가 관건이다. 특히 21세기 우리 전자산업의 장래는 산업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 창출하고 활용하느냐에 의해 죄우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중요시했던 단편적인 요소별 경쟁우위 요인보다는 지식·정보·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지식혁신시스템(National Knowledge Innovation System)의 구축이 산업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더욱이 다가오는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불문하고 모든 산업기반의 상당 부분이 전자기술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는 데 전자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고 할 것이다.
전자산업의 재도약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의 구축을 위해서는 산업정책적인 측면에서 한국적인 독특한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전자산업이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과는 다른 역사적인 발전과정과 산업 하부구조의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로 빌 게이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창의적인 교육시스템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이 세계적인 기술집약형 부품의 생산기지가 된 것은 기술자의 장인정신과 현장우선주의의 승리다.
그러면 우리는 세계적인 지식경쟁에서 무엇을 겨냥하고 뛰어야 하는가. 필자가 보기에 세계를 향한 우리의 특화된 시장 영역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적절히 결합된 상품군에 있다.
하드웨어만으로 세계정상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을 이기기 쉽지 않고 문화장벽이 존재하는 순수 소프트웨어분야는 미국이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이에 결합된 소프트웨어 제품은 우리가 새로운 지식창출의 원천지가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작년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서 비약적으로 수출이 증가돼 전자수출의 3대 신기(神器)로 불렸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액정표시장치((LCD) 등은 겉은 하드웨어되 속은 소프트웨어 제품이 아니던가.
요즈음 GE6Fanuc 등 세계적인 거대기업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초음파 진단기나 수치제어장치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기업의 연구개발(R&D) 생산성이 선진국 경쟁기업에 비해 많게는 10배에 이르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인프라로 하는 미래의 성장분야는 바로 이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한 우리의 전자산업이 선도적 지식기반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21세기적 역할을 다함에 있어서는 국가 지식혁신시스템을 지탱해 주는 지적재산권 보호제도의 효율적인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됐으며 이의 중심관청인 특허청은 전자산업이 요구하는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김수동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