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제너럴

 다분히 교활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도둑의 이야기. 평생 동안 8천억원의 물건을 훔친 아일랜드의 전설적인 도둑 마틴 카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드라마다.

 「제너럴」은 대중적 재미와 영화적 생명력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 흑백이라는 것과 「제너럴」(장군)이란 제목에서 주는 어감은 낯설고 무겁지만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제너럴」은 20여년 동안 아일랜드 대중들에게 절대적 인기를 누려왔던 도둑 마틴 카힐의 별명이다. 대담하고도 신출귀몰한 작전으로 한 세대를 풍미하면서 경찰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왔던 도둑에게 대중들의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심리를 담은 셈이다. 존 부어맨 감독은 마틴 카힐이라는 괴팍하지만 따뜻하고 교활하지만 유머러스한 한 인간의 「기발한 도둑질」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영화는 한 아일랜드인의 모습을 통해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사회적 권위와 통제에 대한 독설과 풍자를 읽게 한다.

 「제너럴」은 IRA에 의해 저격당한 마틴 카힐의 모습에서 출발, 그의 인생행로를 역추적해 간다. 어려서부터 가족과 여자친구를 위해 빵을 훔치며 달아나던 마틴 카힐은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갱 두목으로 성장한다. 그의 곁에서는 언제나 케일 형사가 지켜보지만 마틴 카힐은 그를 조롱하며 버젓이 대낮에 은행을 털고 법정에서도 법의 허술함을 이용해 무죄판결을 받는다. 강제철거되는 집을 끝까지 지키려는 고집스러운 가장이면서 아내와 처제를 동시에 사랑하며 아이를 위해 장난감을 훔치는 것도 잊지 않는 이 엉뚱한 영웅은 국보급 명화를 훔치면서 경찰의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그런 와중에서도 태연스레 실업수당을 타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줄을 선 마틴 카힐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장면이나 배신한 부하를 잘못 짚어 손바닥에 못을 박는 장면 등에서는 사회에 대한 조롱과 함께 잔인함을 감추는 유머가 빛을 발한다. 마약에 빠진 동료들과 IRA·왕당파 등의 위협 속에서 마틴 카힐은 결국 훔친 그림을 왕당파에게 넘기고 그에게 불만을 갖고 있던 IRA에 의해 저격당한다. 경찰의 끊임없는 감시와 대중들의 주목 속에 속박됐던 삶이 마감되는 순간이다.

 마틴 카힐 역을 맡은 브렌단 글리슨은 뚱뚱하고 못생긴 다중적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하며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에서 새삼 배우의 위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도둑을 미화했다』는 원론적인 비판이나 적대감이 없다면 이 영화가 지닌 따뜻함과 유머, 관용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제너럴」은 컬러와 흑백, 두 개의 버전으로 개봉된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