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환율하락으로 세트업체.해외바이어 가격협상에 어려움

 최근 환율하락세로 인해 일반 부품업계가 세트업체 및 해외 바이어와의 부품가격 협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PCB와 통신부품·콘덴서·저항기·스위칭모드파워서플라이(SMPS)·릴레이 생산업체 등은 올 들어 국내 세트업체가 환율하락으로 약화되고 있는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품가격을 작년말에 비해 10% 정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상당수 해외 바이어들은 올해 평균 환율을 1천2백원 이상으로 계산해 부품 수출단가를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부품가격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지난해 이미 부품가격이 97년에 비해 10∼30% 하락한 상황에서 세트업체들이 수출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부품 공급가격을 또 다시 10% 가까이 인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품업체들의 채산성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처사인 만큼 앞으로 가격협상 과정에서 가격인하폭을 최대한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세트업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품업체들은 또 지난해 환율이 올랐을 때 수출가격을 크게 인하한 점을 감안한다면 환율이 1천1백원대로 진입한 상황에서 환율을 1천2백원 이상으로 계산해 수출단가를 맞춰달라는 해외 바이어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특히 일단 환율을 1천2백원 이상으로 계산해 수출단가를 정할 경우 환율하락세가 장기화된다고 해서 수출가격을 다시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힘든 만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출단가를 정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어서 해외 바이어들과의 가격협상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품업체와 세트업체 및 해외 바이어와의 가격협상은 연례행사이기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지난해 부품가격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다 최근 들어 환율마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부품업체들이 가격문제를 놓고 더욱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세트업체 및 해외 바이어들의 가격인하 요구로 어느 정도의 가격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부품업체들이 채산성 확보를 위해 가격인하폭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어서 세트업체 및 해외 바이어와의 마찰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