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소자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는 이론상으로 상당한 호황이 예상된다. 데이터퀘스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반도체시장조사기관들의 99년 전망도 D램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99년 세계 D램 반도체시장은 6∼12%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D램시장의 활황이 기정 사실처럼 여겨지는 것은 무엇보다 대용량 메모리를 필요로 하는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운용체계(OS)의 등장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현안으로 부상한 컴퓨터 2000년 표기 문제 등으로 예년에 비해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D램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상당수 메모리 반도체업체들이 지난해부터 D램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 전반적인 공급 능력이 줄어든 것도 올해 메모리 반도체 경기를 밝게 보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새해 들어 D램 가격의 움직임도 이같은 기대를 더욱 부풀게 하고 있다.
통상 최고의 특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는 12월 말부터 2월까지는 D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시기다. 하지만 최근 D램 가격은 12월 중순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생산은 1백77억달러로 97년대비 11%나 감소했으나 올해는 1백9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4.2% 감소한 반도체 수출은 올해 1백76억달러에 달해 5%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지난 3년여간 반도체업계를 괴롭혀온 급격한 가격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D램시장의 불황기인 여름철 한차례 고비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 고비만 넘기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최대 호황이던 지난 95년에 버금가는 흑자시대를 구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에 넘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빅딜이 성사되지 않은 지난해까지의 구조를 유지했을 경우를 상정한 이론적인 수치라는 점에 함정이 있다.
국내 반도체 3사의 세계 D램시장 점유율인 32∼33%가 고스란히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수치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는 이른바 현대와 LG의 빅딜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