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냉장고> 올 수요 130만대.. 초대형 "강세"

올해 냉장고 내수시장은 삼성전자의 대우전자 인수문제가 가장 큰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LG전자 및 삼성전자와 더불어 가전3사 체제를 구축해온 대우전자가 대우그룹과 삼성그룹간의 빅딜 대상에 포함된 것.

 대우전자는 삼성전자로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면서 최근 영업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는 등 심각한 난관에 봉착, 국내 가전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IMF 한파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대기수요로 몰렸던 대체수요도 되살아나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국내 냉장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한 이후의 시장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냉장고시장은 이미 보급률이 한계상황에 다다른 지 오래인 데다 지난해 IMF 한파로 시장 자체가 30% 이상 크게 줄어든 상황.

 지난 97년 1백70만대 규모였던 국내 냉장고시장은 지난해 1백20만대 규모로 크게 줄어들었다. 더구나 98년에는 IMF형으로 제작된 염가형 제품이 주종을 이뤄 금액으로는 총 4천억원 규모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5대 그룹을 중심으로 대기업들의 빅딜이 가시화하면서 퇴직자 수가 크게 늘어나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어나 1백30만대 가량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인 시장 침체현상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대형화 추세는 지속돼 5백40리터급 이상 실속형 대형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LG전자가 지난해 양문여닫이형의 초대형 냉장고시장에 가세, 삼성전자와 함께 그동안 국내시장을 장악해온 외산제품을 국산제품으로 급속히 대체해 나가기 시작한 것도 국내 냉장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올해부터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들도 양문여닫이형 냉장고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만도기계를 주축으로 삼성전자·청호나이스 등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김치냉장고가 지난해말부터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가전제품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치냉장고는 지난해 김장철을 앞두고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수요가 올해 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35만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만도기계·삼성전자 등 기존 업체들뿐만 아니라 해피라인·반성·대우캐리어 등 신규업체들도 이 시장에 적극 가세하고 있어 올해 업체간 시장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냉장고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냉장고를 수출주력형 제품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더욱 가속화할 예정이다.

세계 냉장고시장은 지난해 총 5천4백만대 규모에서 올해는 5천7백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IMF 한파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던 아시아지역은 지난해 2천만대 규모에서 올해는 2천2백만대 규모로 10% 가량 늘어나고 유럽 및 동구와 CIS지역도 올해는 1천6백50만대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또한 미주시장도 지난해 1천4백만대에서 올해 1천5백만대 규모로 1백만대 정도가 늘어나고 지난해 3백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중동·아프리카지역도 올해는 3백50만대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가전3사가 지난해 해외시장에 공급한 냉장고는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한 물량을 포함해 총 5백20만대 규모. 총 5천4백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냉장고시장의 10%에 가까운 물량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전년대비 20% 가량이 늘어난 1백30만대 가량의 냉장고를 수출, 해외생산분을 포함해 총 2백30만대 가량을 해외시장에 공급했다. LG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출여건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1백40만대 가량을 수출, 해외생산분을 포함해 글로벌 판매량 2백40만대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올해부터 50리터급 이상의 모든 냉장고를 대체냉매 이용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 유럽지역 등 선진국의 환경규제에 대처해 나가는 동시에 해외법인의 마케팅력을 강화해 나가는 등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대한 영업비중을 확대해 나가고 생산성 향상 및 제조원가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50만대의 냉장고를 수출, 해외 현지공장의 생산량을 포함하면 총 1백만대 가량을 해외시장에 공급한 데 이어 올해는 직수출 80만대를 포함해 총 1백30만대를 해외시장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을 중국·인도·중남미·CIS·중동·아프리카 등의 성장지역과 북미·유럽·일본·호주 등의 전략지역으로 구분,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전개하고 현지 판매법인과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플로팅마케팅팀(FMT)을 통해 신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완제품 수출과 함께 반제품조립(CKD), 부품조립(SKD) 등의 방법을 통한 반제품 수출도 적극 활용하고 해외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를 확대해 OEM 공급물량도 대폭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해외생산분을 포함해 총 1백50만대의 냉장고를 해외시장에 공급했던 대우전자는 삼성전자로 넘어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최근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기고 있는 실정이라 올해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수출계획은 삼성전자가 대우전자를 인수한 이후의 상황변화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치 않은 상태에서 세운 것이라 실제 수출물량은 계획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전자와 거래해온 외국 바이어들이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공급업체를 물색하기보다는 대우전자와 비슷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들 양사로부터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여건이 지난해와는 또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 가전업체들의 냉장고 수출전선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환율이 최근 1천1백원대로 곤두박질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고 있으며 수출채산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또한 동남아·중남이·CIS 등 국내업체들이 전략시장으로 삼고 있는 해외시장에도 IMF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국내업체들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실정이며 올해부터 유로화가 본격 출범하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확대 전략도 이에 맞춰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소비전력이 떨어지는 냉장고 판매를 금지시킬 예정이다. 이들 선진국은 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프레온가스를 규제하기 위해 대체냉매를 채택한 냉장고만 판매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에너지 절약 및 오염물질을 제거한 친환경 제품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쨌거나 올해는 대우전자의 빅딜이 몰고올 파장이 냉장고를 포함한 국내 가전시장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국내 가전업체들의 수출확대 전략에도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올해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수출확대에 이 같은 상황변화를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 주목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