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로화 출범과 전자정보업체의 대응

남궁진 국회의원·새정치국민회의 제1정책조정위원장

 지난 1월 1일부로 유럽지역에 새로운 통화인 유로화가 등장함에 따라 99년은 세계경제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유로화 출범은 유럽연합(EU)의 15개 회원국들이 지난 20여년간 통화통합을 꾸준히 추진한 결실이며 세계경제는 유로화의 등장으로 새롭게 재편될 것이 자명하다.

 무엇보다 유로는 2억9천만명의 인구와 전세계 GDP의 19.4%, 세계무역의 18.6%를 차지하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본 엔화를 누르고 미국 달러화의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로 탄생을 계기로 세계 경제질서가 달러유로엔 등 3각 통화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유럽의 단일통화 채택이 향후 세계교역과 투자 등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EU집행위는 유로화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으로 우선 유로의 출범에 따라 무역 창출 및 무역 전환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두번째로는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지역 기업들이 국제 결제통화로 유로화를 선호할 것이므로 국제교역에서 유로화 표시관행이 이른 시일내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로화의 역할이 확대되고 유럽통화연합(EMU)체제에서 안정된 거시경제정책이 추진될 것이므로 유럽내 금융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관리체제 탈피를 위한 경제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전자·정보통신업계도 유로화의 출범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못지 않게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유로화의 출범은 유럽단일시장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첨단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자·정보통신과 관련한 유럽수출 및 투자기회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즉 유로 참가국의 경제여건이 개선돼 첨단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확대되고 한국 기업의 EU내 외환거래 관련비용의 경감과 환리스크 부담이 제거되는 등의 순기능이 발생할 것이다.

 반면 유로화 출범으로 유럽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짐에 따라 아시아 등의 역외국에 대한 EU의 시장개방 압력이 더욱 강화되는 역기능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재 국제 자본시장의 이동속도를 감안할 때 달러 자산이 유로 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단기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와 같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미국이 국제무역에서 더 이상 지금까지와 같은 자유주의를 유지할 여유가 없어지는 동시에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할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이는 곧 우리와 같은 아시아 시장에 통상압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올해부터 우리나라의 대외 경제환경은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로 반덤핑 등 수입규제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유로화 출범으로 EU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입규제 요청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외통상 여건이 지난해보다 악화될 전망이다. 이같은 경제환경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공동의 국제산업협력활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로화 출범은 긍정적·부정적 영향과 더불어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에 새로운 시장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유로화에 대한 대응은 정부, 관련협회 및 단체, 기업 등 주요 경제 주체들에 의해 다각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는 2002년 본격적인 유로화 출범 때까지 우리 기업들의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을 경주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EMU내 역내무역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수출상품의 특성에 맞는 대EU 수출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단일통화 도입 추진으로 역외 기업들과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및 분쟁 발발시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적극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경우 무엇보다 유로화 체제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며 EU내 단일화폐 출범으로 인해 회원국간 가격차별이 없어짐에 따라 탄력적인 가격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EU내 전자·정보통신 등의 분야에 대한 역내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한 마케팅활동을 강화해야 하며 과거처럼 국경개념보다는 언어문화권 중심의 진출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과도한 달러의존으로 환란을 겪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유로의 등장으로 취약한 외환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0세기 세계경제사에서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유로의 등장은 그 불확실성만큼 많은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전자·정보통신업계가 지혜를 모을 때 유로화 출범은 IMF 관리체제를 벗어나는 출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