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의 허리가 튼튼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PCB산업은 빅5로 지칭되고 있는 삼성전기·대덕전자·LG전자·대덕산업·코리아써키트 등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편중현상을 보여왔다.
전문 대기업 중심체제로 발전해온 국내 PCB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거치면서 그 구도에 다소 변화가 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백화점식으로 PCB사업을 전개해온 전문 대기업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 분야 PCB만을 전문 생산하고 있는 중견 PCB업체들의 약진이 지난해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반도체·컴퓨터·통신·네트워크 및 일부 가전·샘플 분야에 전력을 기울여온 중견 전문 PCB업체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 세트업체로부터 기술과 품질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견 PCB업체 중 지난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업체는 이수전자(대표 채동수). 네트워크시스템용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 및 노트북용 MLB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이수전자는 지난해 97년보다 1백% 정도 성장한 1천2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수전자는 올해 BGA기판 부문에서 매출액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빅5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청주전자(대표 전우창)도 국내 PCB산업의 허리를 튼튼히 하는 데 일조를 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타 경쟁기업이 양면기판을 외면할 때 청주는 아나우메·실버스루홀 등 첨단 공법을 도입, 가전 및 컴퓨터 보조기기용 양면기판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이같은 틈새전략이 주효해 청주전자는 지난 97년보다 30% 정도 늘어난 6백30억원의 매출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컴퓨터 보조기억장치 및 반도체용 특수모듈, 통신네트워크시스템용 MLB 및 양면기판 분야에서 지난해 두각을 보인 기업 중 하나가 기주산업(대표 맹주열). 기주산업은 특히 지난해 미주·유럽 등지로 수출처를 다변화, 국내 대표적인 중견 MLB 전문업체로 부상했으며 일본 유명 MLB업체로부터도 최근 들어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백50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는 3백억원 정도를 매출목표로 설정해 놓고 있다. 국내 PCB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업의 하나인 새한전자(대표 윤영기)도 그동안의 침체를 벗어나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다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노후설비 교체에 들어간 새한전자는 특히 올해 기대되는 유망주로 부상할 전망이다. 새한전자는 지난해 3백억원 남짓한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올해는 5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대방(대표 김경희)과 동아정밀(대표 이성헌)·서광전자(대표 이희술)는 정보통신 및 네트워크·컴퓨터 기판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업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대방과 동아정밀·서광전자는 오직 이 분야에만 전념, 대기업 PCB업체도 자신있게 생산하지 못하는 IVH·BVH·빌드업은 물론 램모듈 기판에 도전, 유럽 및 미국 등지에서 그 품질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이들 3개 업체는 각각 매출이 2백억원 정도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샘플PCB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비약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이 하이테크교덴(대표 정철)이다.
국내 최고의 초미세 회로패턴 설계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하이테크교덴은 주문에서 납품까지 48시간 이내에 공급할 수 있는 초단납기 체제를 구축, 국내 주요 세트업체는 물론 연구소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하이테크교덴은 지난해 1백20억원 매출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는 1백80억원을 매출목표로 잡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