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재료
IMF 사태 이후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올해부터 국내 주요 소자업체들이 반도체 분야 설비 투자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 경기가 크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국내 주요 소자업체들은 그동안 연기해 온 국내 및 해외 공장에 대한 설비투자를 올 상반기부터 재개키로 잠정 결정하고 장비 보완 및 라인 증설을 위한 실무검토작업에 착수함으로써 고사상태에 빠져 있던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 경기는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소자업체들이 그동안 자제해온 설비투자를 재개키로 한 것은 지난 3년간 폭락세를 보여온 D램 가격이 최근 반등세로 전환되고 있는 데다 일본·미국지역 해외 경쟁사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D램 생산라인을 축소 또는 철수하면서 차세대 고속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향후 공급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흐름이 올해부터 0.18미크론 공정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전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설비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올해 국내 장비시장의 회복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소자업체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 자세를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의 64MD램 생산설비 증설 및 초정밀 라인 보강을 위해 총 2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으며 그동안 연기해온 반도체 9라인의 건설도 강행, 이미 구체적인 장비 발주 작업까지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전자도 LG반도체와 최종 빅딜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국내 공장에 대한 보완 설비 투자와 함께 웨일스 및 스코틀랜드지역 해외 공장 건설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 조립장비 분야에서도 아남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패키지 전문 자회사인 칩팩이 마이크로 볼그리드어레이(BGA) 등 초박막 초소형 반도체 패키지(CSP:Chip Scale Package)의 수요 증가에 대응, 최근 관련 조립 설비의 확충 및 보완에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조사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올해 설비투자 예상 규모는 지난해의 2배 가까운 22억달러 수준이며 세계적인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도 올해 한국지역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년보다 3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내 재료시장도 소자업체의 투자 재개와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웨이퍼·리드프레임·포토레지스트·스퍼터링 타깃·특수가스 등의 재료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잇따른 시장 참여와 생산 확대로 반도체 재료의 전체적인 국산화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첨단 공정 및 패키지용 재료에 대한 수요 확대로 올해 국내 재료시장 규모도 20억달러 수준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최근 일본·미국 등 외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가격이 최저 생산비를 밑도는 수준으로까지 급락하고 있어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의 수익성 향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