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해 부품산업 전망 품목별 집중 진단 (12)

전광판

 올해 전광판시장은 수출이 얼마나 활발히 이뤄지느냐에 따라 전체 판세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전광판 산업을 이끌어왔던 내수 부분이 IMF 이후 꽁꽁 얼어붙은 채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 물량에 집중해온 삼익전자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지난해에는 관공서에서 IMF 이전에 잡아놓은 예산이 집행돼 정부 조달 물량은 비교적 줄지 않았다』며 『그러나 올해는 IMF체제에서 예산을 수립, 정부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내수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관공서에서 발주한 물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반기에 접어들면 국내 경기 회복에 따라 3컬러로 세워진 전광판 몇기 정도가 풀컬러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업체들이 크게 기대하고 있는 월드컵 경기장용 전광판 수요도 올해는 시기적으로 업체들에 제안서 정도를 받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내수전망이 어두운 반면 수출쪽은 비교적 상황이 호전됐다는 업체들의 분석이다.

 우선 시장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광고시장인 미국지역이 발광다이오드(LED)전광판을 지난해부터 본격 도입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라스베이거스 지역에 40여기의 LED전광판이 세워졌으며 대한전광이 LA지역에 처음으로 LED전광판을 수출하는 등 전반적으로 LED전광판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상태다.

 또 유럽지역도 계속되는 경기호황으로 서서히 전광판을 세우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니치아사가 독점해온 청색 LED시장도 도요타교세이·HP 등 후발업체들의 참여로 독점체제가 붕괴돼 전광판 가격하락에 따른 수요확대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광판 수출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LG상사의 최우석 대리는 『올해는 국내 전광판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수출전선에 뛰어든 지 3년이 되는 해여서 이제는 서서히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LG상사도 전광판 매출과 관련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천만달러의 매출목표를 수립했다』고 말했다.

 대한전광·AP전자 등 국내 시스템업체들도 올해는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전광의 한 관계자는 『전광판 사업 특성상 매출액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호전된 것은 확실하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경쟁업체 측면에서 기존 저가를 무기로 한 대만업체에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의 시장 참여로 위협요소가 늘었다는 게 업체의 분석이다. 또 미국·이탈리아·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도 자체적인 전광판업체들이 많이 설립돼 국내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업체들이 수출의 가장 큰 변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환율이다. 지난해에는 경쟁 화폐인 엔화와 대만 원화의 안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으나 최근 국내 화폐가치가 높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업체들이 상담하고 있는 물량은 많게는 수천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것이 전부 수출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환율여부에 따라 수출물량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