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밀레니엄에 펼쳐질 2000년대 인류의 생활모습은 어떻게 변화될까. 인류역사상 지난 1백년 동안 이룩한 과학기술의 쾌거가 과거 수천년보다 훨씬 앞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2000년대의 1분 1초는 지금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이와 관련, 세계적인 과학기술연구소와 미래학자들은 이제 3백30여일 남짓한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우리 곁에 다가올 21세기 과학기술의 분홍빛 전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들 전망 가운데 일본 과학기술청이 최근 발간한 「2025년의 과학기술」(산업기술정보원 번역)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내놓은 21세기 예측, 그리고 미래학자인 미국 조지워싱턴대 윌리엄 헤일럴 교수의 연구자료를 중심으로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상을 그려보기로 한다.
지구촌에 21세기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르는 본격적인 우주개발사업과 함께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지난 98년부터 미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는 우주정거장에 오는 2000년부터 우주비행사들이 상주하기 시작하며, 2004년 이 시설이 완공되면 양국에서 수십명의 우주과학자들이 상주하면서 새로운 우주개척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또 지상에서도 2002년이 되면 길이가 2m나 되는 고선명의 대형 벽걸이 스크린이 등장, 큰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TV 프로그램이나 비디오를 극장에서처럼 현실감 있게 시청할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003년에는 비디오 카메라와 스크린이 장착된 이동전화가 나와 언제 어디서든 상대방을 보며 통화하고 무선통신을 이용, 전화로 영화를 보고 컴퓨터 게임도 즐기게 될 것이다. 또 대부분의 가정에는 양방향 TV가 내장된 PC가 보급되고 멋진 영상을 소리와 함께 보여주는 비디오엽서가 큰 인기를 끌게 될 전망이다.
2005년이 되면 현재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음성인식이나 인간의 뇌파감지를 통해 컴퓨터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또 인공위성을 이용, 교통상황은 물론 개인의 현재 위치까지 안내하는 지구위치정보시스템(GPS) 이용도 거의 같은 시기에 보편화될 것이다.
또 2008년경에는 전력손실을 최소화한 획기적인 전기 저장기술이 개발되어 무공해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고 자동차 등 내구성 제품도 소비자 취향에 맞춰 주문 생산하는 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에는 또 수소의 핵융합기술이 발전소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석유로 인한 공해가 다소 사라질 전망이다.
2010년이 되면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일반화되어 모든 물질의 형성과정에 대한 비밀이 풀릴 전망이다. 특히 나노기술은 마이크로(μ:1㎛는 1백만분의 1㎜에 해당)급에 머무르고 있는 기존 기술과 비교할 때 미세 가공의 정밀도를 1천배까지 높일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 정치환경에도 가장 큰 변화를 몰고올 신기술로 등장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외국어 자동 동시통역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시점은 대략 2012년. 이 때가 되면 외국어 통역 프로그램이 어지간한 동시 통역사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또 주인 목소리와 얼굴을 기억하는 애완용 로봇이 등장할 것이며 집안청소 등 갖가지 가사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가사용 로봇까지 선보일 전망이다.
2015년을 전후해 암과 에이즈(AIDS) 등 불치병도 완벽하게 정복될 전망이다. 이때 컴퓨터가 의·약학 연구에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컴퓨터의 방대한 계산능력에 힘입어 인간의 유전자 구조를 대부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7년이 되면 인류가 최초로 유인 화성탐사선을 타고 화성에 착륙한다. 또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등장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교통사고 및 음주운전이 사라지고 정보고속도로의 확충으로 세계 근로자 80% 정도가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집에서 일을 할 전망이다.
2020년에는 승객 1천명을 태우고 시속 9백㎞로 9천㎞를 한번에 비행할 수 있는 초대형·초고속 항공기가 개발돼 전체 지구촌이 하루생활권에 편입된다. 또 2025년에는 인조생명과 생명·로봇공학의 결합으로 지능이 매우 뛰어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고 각국의 헌법에도 이들의 권리를 규정하는 조항이 생기며 심지어 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인조사회도 등장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후에도 더욱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2030년을 전후해 우주개발 전진기지로 달에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달기지 건설사업이 본격화되며 2040년에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이 등장해 인체 내부의 수술 등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급기야 2050년 이후에는 인류의 과학문명 발달로 외계문명과의 접촉을 본격 시도하는 이외에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를 여행하는 길도 열릴 것으로 미래학자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하는 무시무시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0년을 전후해 동물복제에 의한 장기이식이 성행하는 것은 물론 2020년이 되면 인간복제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적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또 석유를 대신하는 대체에너지 발견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산유국들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
현재로선 이러한 전망이 얼마나 적중할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래학자들도 10년 정도는 어느 정도 전망이 가능하지만 20∼30년 후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보다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훨씬 느렸던 1900년 당시 사람들에게 TV에 대해 설명하거나 1960년에 현재의 인터넷을 이해시키는 것을 상상해보면 미래예측의 어려움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공상과학처럼 여겨지던 예측이 속속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과학자와 미래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21세기 과학기술의 미래상에 대해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더욱이 올해는 1로 시작하는 밀레니엄이 끝나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