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티 석진철 사장(55)의 취미는 색소폰 연주다. 그것도 알토·테너·소프라노 중에서 가장 어려운 테너를 즐긴다. 대중가요를 비롯해 팝송·클래식·재즈·찬송가 등 다양한 음악을 고루 연주하지만 팝송과 클래식을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제 취미가 색소폰 연주이다 보니 자연히 집안식구들이 모두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루게 됐습니다. 집사람은 기타를, 딸은 플루트를, 아들은 피아노를 치면서 종종 가족연주회를 갖곤 하지요.』
보통 취미로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심심할 때 한번씩 꺼내 향수를 달래는 편이지만 석 사장은 매주 두 번 이상은 독창을 하거나 가족연주회를 가질 정도로 음악에 열성적이다.
평일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지만 시간이 생기더라도 인근 주민들의 소음공해(?)를 우려, 주로 주말이나 공휴일에 가족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편이다. 그것도 토요일에는 대중가요·팝송 등 밝고 명랑한 곡을 연주하고 일요일에는 기독교나 카톨릭 교인들을 위해 찬송가 한 곡을 꼭 선정해 놓는다.
석 사장은 한번 악기를 잡으면 3곡 이상은 연주하지 않는다. 음정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경기도 양수리 여러 곳의 카페에서 수시로 연주회를 갖고 동호인들과 만나 유명한 산의 계곡이나 산장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내키는 곡을 부른다.
석 사장이 처음 색소폰을 잡은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로, 집 인근의 작은 병원 원장이 악기를 빌려주면서 연주해 보라는 권유로 시작했다. 색소폰에 몰두했던 석 사장은 주위에서 자질이 있다는 칭찬과 함께 자신감에 도취되어 결혼식이나 환갑잔치에 반은 자원해서 반은 초청연주자로 불려 다녔다고 한다.
부산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해서는 음악 서클을 만들어 극장이나 야외음악당을 빌려 공연을 가졌으며 사회에 나와 S그룹에 입사해서 도박에 빠져 있는 동료들에게 악기를 사주어 선도하기도 했다. 지금도 에스비티 신입사원들이 악기를 다루고 싶다면 사주고 옆에서 독려하는 한편 직원들이 원할 경우 언제든지 연주 기회를 주곤 한다.
특히 석 사장은 외국 바이어들과 만나는 기회가 잦은데 업무가 잘 풀리지 않거나 오랫동안 자신을 기억시켜야 할 사람들에게는 색소폰을 연주할 자리를 마련해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하곤 한다. 그래서 회사 근처에 집을 마련하고 해외 지점에도 악기를 갖춰 놓고 비장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