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홈페이지 경쟁 "후끈"

 많은 출판사들이 지난 몇년 동안 인터넷 홈페이지를 구축하면서 「밑 빠진 독 물 붓기」라는 뜻으로 「블랙홀」이라는 말을 내뱉곤 했다.

 출판업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제작·유지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지속 투입돼 투자 대비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출판연구소(이사장 윤청광)가 지난해말 출판문화협회에 소속된 1백53개 출판사를 대상으로 홈페이지 제작·운영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37개 출판사(24%)가 이미 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않는 1백16개 출판사를 대상으로 앞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할 의사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무려 76%에 해당하는 88개 출판사가 「홈페이지 제작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 불고 있는 홈페이지 제작 열기가 얼마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컴퓨터 전문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설문조사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출판사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홈페이지 운영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도 반론하지 않을 것이다. 정보화에 관한 한 컴퓨터 출판사들은 문학 등 다른 분야 출판사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진출판사(대표 이문칠)는 국내 출판계에서 인터넷 활용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96년부터 홈페이지(http://www.youngjin.co.kr)를 구축,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이트의 특징은 우선 국내·외 컴퓨터 출판 정보를 가장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

 또 신간과 회사 홍보에 치중하는 다른 출판사 홈페이지에 비해 영진은 컴퓨터에 관심을 가진 독자 전체를 대상으로 홈페이지를 꾸몄다는 점도 네티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홈페이지를 비롯한 경영정보시스템(MIS) 구축에 투자한 비용만도 3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또 전용선(T1) 사용료로 이 회사가 매월 한국통신에 지불하는 수수료만도 2백여만원으로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홈페이지의 하루 방문객 숫자는 5천∼1만명 정도. 이들 중에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의 숫자가 최근 급격히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정보문화사(대표 이상만)도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nfopub.co.kr)를 활용한 통신판매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이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보강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또 한컴프레스(http://www.hncpress.co.kr)와 성안당(http://www2.cyber.co.kr)도 각각 「실속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컴프레스(대표 김영인)는 한글과컴퓨터의 계열사로 지난 96년 온라인 매거진을 발행했던 경험을 살려 영진과 같은 시기에 홈페이지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들 출판사들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은 △서비스 차원에서 독자들에게 정보제공 △판매촉진·홍보 △독자들과 지속적인 대화 △종이 없는 책에 대한 인적·기술적 준비작업 △교보·영풍·종로 등 가상서점과의 원활한 협조 등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최근 인터넷 인구의 급속한 확산 추세와 함께 전자상거래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점도 국내 출판사들이 더이상 홈페이지를 외면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영세한 출판사까지 모두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제작·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세한 출판사들에게는 우선 최근 이런 업무를 통째로 외부업체에 맡긴 길벗출판사(대표 이종원)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

 또 지난해말 설립된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오 한길사 대표)도 최근 3백여개에 달하는 회원사들의 홈페이지를 염가에 제작, 하나의 서버에 웹호스팅하는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