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오는 3월 3일 창사기념일을 기해 개혁에 대한 다짐, 경영목표, 프로그램 개선목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시청자에 대한 약속」을 발표한다. 또 1년 뒤에 「시청자에 대한 약속」 이행 정도를 담은 「연차 보고서」도 시청자들에게 공표할 예정이다. 오는 3월 KBS가 발표할 「시청자에 대한 약속」에 어느 정도로 충실한 내용들이 담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에 대한 방송계의 기대는 자못 크다. 사실 「시청자에 대한 약속」은 영국의 BBC가 이미 오래 전부터 2백30여항목에 달하는 「시청자에 대한 약속」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작성, 시청자들에게 공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BBC가 시청자들에게 제시하는 「약속」은 우리 공영방송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영국의 BBC가 발표한 「시청자들에 대한 약속(97/98년판)」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BBC의 「시청자에 대한 약속」은 우선 앞부분에서 질 높은 정보·교육·오락 프로그램의 제공,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와 정보 서비스, 소수 민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 편성, 런던과 동남부 지역 이외의 지역에 프로그램 예산의 3분의 1 이상 투입, 타방송사보다 많은 「사실 프로그램」의 편성 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원칙 아래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매체의 제작·경영 방침을 밝히고 있는데, 이 가운데 텔레비전의 경우 프로그램의 80% 이상을 영국에서 제작한 것을 방영하며 독창적이며 참신한 드라마의 제작, 차별화된 스포츠 프로그램의 개발, 기성작가와 신진작가의 동시육성, 국제적·전국적 이슈의 뉴스 활성화 등의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또 BBC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잉글랜드 등 지역별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중인데 지역 서비스의 품질제고, 해당지역 시청자들의 관심과 다양한 문화를 반영한 편성원칙 등의 필요성도 「약속」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
「수신료에 대한 합당한 대가」는 「약속」에서 제시하는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이 항목에서 BBC는 97/98년도에 최소한 6천2백만파운드를 절약하는 한편, 수신료 수입의 13.1%에 달하는 징수비용을 줄이고 수신료 납부방식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BBC월드와이드」의 상업활동을 통해 순이익을 7천7백만파운드 이상으로 증대시키겠다고 밝혔다.
BBC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개선」 윈칙도 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은 자막을 붙이고 지역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에 생방송 자막을 넣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BBC 청사와 스튜디오를 출입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 시설을 개선하고 휠체어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BBC는 「시청자에 대한 약속」의 말미에 전년도 실적보고를 내놓고 있다. 매우 구체적인 숫자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전년도 BBC2의 사실 프로그램 비율이 51%」 「타지역 제작 투자비율은 32.8%」 「장애인을 위한 자막처리 비율은 40%」 등이다.
이밖에 소수 민족을 위한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이었던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등이 공표된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도 그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발표한다.
BBC의 「약속」은 KBS가 3월 발표할 「시청자에 대한 약속」에서 무엇을 담아내야 하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공은 KBS로 넘어갔다.
<정리=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