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부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던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를 최저점으로 회복되기 시작해 오는 2000년부터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23일 미국 시장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5.3%라는 사상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던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가 올해부터 그 감소폭이 3.6%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30% 이상의 높은 성장률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2백90억달러 규모로 지난해의 3백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하며 이 중 웨이퍼 장비부문이 1백5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의 감소 추세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회복세로 전환, 오는 2000년 3백70억달러에 이어 다음해인 2001년에는 전년대비 무려 59%나 상승한 5백9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데이터퀘스트 측은 내다봤다. 이는 최근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2백㎜ 웨이퍼 설비투자를 제한하는 대신 향후 설비 투자 방향을 3백㎜ 웨이퍼 장비로 잡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지역 중 구조조정을 끝낸 한국 반도체업체들의 설비 투자 움직임이 되살아나면서 지난해 21억달러 수준까지 축소됐던 한국 반도체 설비시장 규모는 올해 다시 25∼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난해 21.7%나 감소했던 미국지역 반도체업체들의 설비 투자도 올해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전년대비 4.5% 가량 늘어난 1백1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본시장의 설비 투자 감소 추세는 계속 이어져 지난해의 27.8% 마이너스 성장률에 이어 올해 다시 17.5%나 감소, 전체 설비 투자 규모가 47억달러 정도로 축소되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의 전체 설비 투자규모도 전년대비 5.5%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관련, 데이터퀘스트 측의 한 분석가는 『올해 세계 반도체 설비 투자는 일본 및 대만시장의 부진으로 기대처럼 그렇게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겠지만 하반기부터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구가, 오는 2002년경에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은 또 한번의 최대 호황기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12월 세계 반도체업계 관계자 및 시장 분석가 1백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시장 전망 세미나에서도 올해 세계 반도체업계의 설비 투자가 전년대비 5∼10% 이상 크게 증가,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