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각종 공모제가 잇따르고는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씨네21이 공동으로 진행한 제4회 「씨네21 시나리오 공모제」가 작년 상반기에 이어 2회째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잠정 폐지됐다. 이 공모제는 씨네2000·신씨네·기획시대·영화세상·명필름·우노필름·미라신코리아 등 17개 영화사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영화로 제작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찾는 데 취지를 둔 것이었다. 그러나 영화화가 가능한 시나리오 응모작을 단 한편도 찾지 못한 채 공모제가 폐지되고 말았다.
영화로 제작되지 못하는 단순한 문학행사에 지나지 않았던 기존 시나리오 공모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발했던 「씨네21 시나리오 공모제」가 수준미달의 응모작들로 말미암아 2년여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작년 영화진흥공사의 하반기 시나리오 공모에서도 김해곤의 「보고싶은 얼굴」과 박진숙의 「즐거운 인생」을 우수상으로 선정했을 뿐 대상작을 내지 못했다. 이유는 역시 응모작들의 수준이 너무 낮았기 때문.
영진공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요건에 부합하지 못해 심사위원들의 개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같은 상황에 비춰 오는 2∼3월에 마감될 영화배우 한석규가 2천만원의 기금을 출연해 마련한 제1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과 태창흥업주식회사가 6천만원의 고료를 내건 「차세대 영상 시나리오 공모」에서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시나리오를 발굴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응모작의 수준이 낮다는 점, 공모 당선작이 영화제작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하는 점이 개선해야 할 당면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악순환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작년 9월 공모를 시작해 최근 당선작을 선정한 「아이찜 시나리오」를 들기도 한다. 이 공모제는 신인작가 5명을 선발하고 이창동 감독의 주관 하에 앞으로 1년 동안 이들의 결점을 보완·교육한다. 1년 동안의 작업을 통해 완성된 시나리오는 유니코리아·이스트필름 등의 영화사를 통해 검증된 후 영화화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5백만∼1천5백만원이 단계별로 신인작가들에게 지급된다. 가능성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되, 그들이 전문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시나리오 없이는 영화제작이 불가능하다. 그 중요성 때문인지 새로운 시나리오 공모제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공모 당선작이 영화제작으로 연결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단발성 소모품(시나리오)을 양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창작지원과 영화제작 연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때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