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스텝맘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결합. 그 속에서 가장 큰 갈등요소는 역시 아이들이다. 그러나 이제 계모는 더 이상 「팥쥐 엄마」가 아니며 친엄마 역시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불쌍한 여성은 아니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전작들에서 집착해온 가족애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계모와 친엄마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맵시 있는 드라마로 이끌어 냈다.

 완벽한 엄마와 유능한 애인의 만남은 아버지를 기점으로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아버지의 시각은 관조자에 불과하다. 자칫 교훈적이거나 신파적 멜로의 감성으로 흐르기 쉬운 모성애의 대립은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섬세한 대사와 두 여배우의 연기로 싸구려 감상주의의 틀을 비껴가며 눈물을 자극한다.

 유능한 사진작가인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은 변호사로 일하는 루크(애드 해리스 분)와 동거중이다. 루크에겐 이자벨을 적대시하는 두 아이가 있다. 큰딸 애나는 엄마노릇에 게으르고 아빠와 거리낌 없이 애정표현을 하는 이자벨을 무시하고, 마술가를 꿈꾸는 아들 벤은 늘 어디론가 사라져 그녀를 골탕먹인다. 아이들의 친엄마인 재키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에게만 헌신해온 여성이다. 그녀는 젊고 매력적인 이자벨에게 아이들을 맡긴다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아이들 문제로 늘 이자벨과 신경전을 벌인다.

 클래식을 듣고 아이들 옷을 손수 만들어주며 승마를 즐기는 완벽하고 현명한 엄마인 재키와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고 요리나 빨래는 서툴고 로큰롤을 즐겨 듣는 이자벨은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다. 애나가 남자친구에게 놀림을 당했을 때도 두 엄마의 충고는 다르다. 『그냥 무시하라』는 재키에 반해 이자벨은 『통쾌한 복수를 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이 두 여성이 갖는 갈등의 공감대는 결국 사랑이다. 한번도 엄마가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이자벨이지만 그녀는 루크에게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재키의 집착도 결국은 아이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두 여성의 갈등은 결국 재키가 암 때문에 죽어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해와 반전을 맞이한다. 재키는 자기 대신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줄 이자벨과 화해를 하고 이자벨은 얼마 남지 않은 재키와 아이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이들이 점차 이자벨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전 서랜든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눈물을 자극하는 요소. 줄리아 로버츠 역시 밉지 않은 계모의 역할을 통해 한층 성숙되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의 붕괴를 담담하게 인정할 수 없는 우리 상황에서는 기본 설정부터가 거부감이 일 수 있고 화해의 모티브가 죽음이라는 설정이 통속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설득시키는 따뜻함이 있다.

<엄용주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