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마지막 임원인사에서 상대적으로 평면디스플레이 관련 임원들이 각광받았다. 삼성과 LG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와 PDP 등 평면디스플레이 사업의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지난 21일 발표된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의 TFT LCD사업과 삼성전관의 LCD 및 PDP사업 담당임원들은 IMF로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출신장 등 실적호전에 힘입어 승진하는 경사를 누렸다.
삼성전자 TFT LCD사업을 맡고 있는 사업본부장 이상완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모니터용 TFT LCD사업담당 석준형 이사도 상무로 승진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반도체에서 잔뼈가 굵은 이상완 부사장(50)은 지난 93년 9월부터 TFT LCD사업을 맡아오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노트북용 TFT LCD분야에서 일본업체를 누르고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IBM에 근무하다 지난 96년 삼성으로 스카우트된 석준형 상무(51)는 TFT LCD의 기초기술을 다지면서 15인치 이상의 모니터용 TFT LCD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사업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관의 경우 이번 그룹 임원인사에서 평면디스플레이 관련 임원 4명이 승진, 전체 승진임원 14명 중 30%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적자사업에서 흑자사업으로 전환된 LCD사업 관련부서의 임직원들이 대거 승진했는데 지난 96년 1월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전관으로 옮겨와 평판사업본부를 이끌어온 이영재 상무(55)가 전무로 승진하는 것을 비롯해 LCD사업팀장 심임수 이사보(46)가 이사로, LCD사업팀 영업그룹장 노세경 부장(48)이 이사보로 각각 승진했다.
차세대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PDP사업팀장 박창배 상무(50)는 55인치 PDP의 시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공적으로 PDP의 기술개발을 이끌어온 점이 평가돼 이번에 한단계 승진했다.
LG도 평판임원을 우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반도체가 빅딜로 주력사업에서 떨어져 나가게 됨으로써 TFT LCD·PDP 등 평면디스플레이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집중, 육성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TFT LCD사업본부를 이끌어왔던 김선동 부사장(58)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반도체와 전자의 TFT LCD사업이 통합된 LGLCD사의 수장이 됐다. LG그룹의 대표적인 전문 기술경영인으로 손꼽히고 있는 김 사장은 지난해부터 LG전자와 LG반도체의 LCD사업을 통합 운영해오면서 아무런 잡음 없이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한 점이 높이 평가되면서 초대 사장으로 발탁됐다.
품질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김 사장이 명실상부하게 TFT LCD사업의 수장으로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공장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해 왔던 윤형 상무보(48)와 홍찬희 상무보(41)는 각각 부장에서 상무보로 한단계씩 승진하면서 신설부서인 마케팅팀과 패널2공장 공장장을 맡았다.
PDP사업담당 박복용 상무보(55)도 상무로 승진했다. 부산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사업 초기부터 PDP사업을 이끌어오고 있는 박 상무는 일본보다 뒤늦게 출발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0인치까지 시제품을 개발하는 등 PDP의 기초기술기반을 다지는 데 있어 일등공신이다.
삼성과 LG는 평판임원을 우대하면서 이 사업을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공식화함으로써 이들 임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려있다.
<원철린기자 cr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