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와 반도체 합병에 반대하는 LG반도체 직원들의 이른바 「준법투쟁」의 수위가 실질적인 파업상태에 이르면서 반도체 빅딜의 향배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반도체 부문 양수도 협상은 당초 계획인 이달말 타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파업상태 돌입=「LG반도체 사수 및 생존권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위(상임위원장 김준수)」는 당초 24일 오전 3시부터 25일 오전 7시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키로 했던 청주공장 조업중단 조치를 무기한 연장, 25일 오전에도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음으로써 LG반도체는 실질적인 파업 상태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청주 사업장 과장급 모임인 청맥회에 소속된 4백여명의 과장급 직원들이 회사 측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매출 차질액 하루 1백억원=LG반도체 측의 최근 한달 수출액은 약 3천억원. 반도체 라인이 연중 무휴로 풀가동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하루 조업중단으로 인한 생산 차질액은 1백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여론에 밀려 조업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이른바 준법투쟁으로 생산량이 예전의 5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빅딜 협상 장기화로 인한 생산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비대위측 요구사항=전종업원 5∼7년 고용보장 또는 70% 인력의 5∼7년 고용보장과 30% 명예퇴직을 요구했던 비대위 측은 24일 전 종업원에 대한 60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우리사주 매각 권한 등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단체 행동의 목적은 합병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빅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향후 회사 측과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LG반도체 입장=LG반도체 측은 직원들의 이같은 요구에 일단 공식적인 답변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한 임원은 『이미 그룹 차원에서 종업원의 고용보장을 현대 측에 요구한 상황에서 LG경영진이 취할 수 있는 입지는 거의 없는 상태』라며 현대 측의 태도변화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전자의 입장=일단 모든 문제를 LG 측의 공식 협상창구와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LG반도체 내부적인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양사간 협상이 진전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