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협회" 결성 시급하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유망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MP3플레이어와 이를 기반으로 한 주문형음악(AOD)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선 관련 업체들의 모임인 「MP3협회」 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한정보시스템과 디지털캐스트가 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플레이어에 대한 지구촌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외 벤처기업과 대기업들이 앞다퉈 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MP3 음악파일이 차세대 디지털 음악포맷으로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PC상에서만 감상할 수 있던 디지털 음악을 헤드폰 카세트처럼 휴대하면서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아이디어 상품인 MP3플레이어의 히트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한정보시스템이 지난해 4월 휴대형 MP3플레이어인 「MP맨」을 세계 최초로 상품화해 본격 시판에 나선 것을 계기로 디지털웨이·에이맥정보통신·고려미디어·게이트스퀘어·바로비젼 등 국내 10여개 벤처기업들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마저 이 시장에 속속 참여해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국내 업체들의 발빠른 움직임 탓인지 요즘들어 해외 바이어들이 국산 MP3플레이어를 구입하기 위해 다투어 한국으로 몰려오면서 일단은 우리나라가 이 분야의 주도권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크게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크고 작은 해외 바이어들이 우리나라에 몰려와 국내 업체들과 활발한 수출상담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업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 안방에 앉아 국내 업체들끼리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열띤 주문확보 경쟁을 벌인 결과 수출가격만 낮아지고 우리가 보유한 핵심기술만 노출됐을 뿐이다.

 오히려 국내 벤처기업인 디지털캐스트를 인수한 미국의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 시스템스는 「리오」라는 제품을 앞세워 지난해 11월 미국내 첫 시판에 나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세계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 공략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내 업체들끼리 복제방지시스템 표준화 다툼과 수출물량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미국에선 다이아몬드사를 주축으로 굿노이즈·뮤직매치·싱테크놀로지·MP3컴 등 MP3 관련업체들은 「MP3관련협회」를 결성키로 하는 등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을 한데 모으고 있다.

 이들 5개사는 협회 결성을 통해 MP3 기술개발에 서로 협력하고 MP3 표준화 노력에 적극 나서는 한편 음반사들의 저작권 공세에 대항하고 법률적 지지기반을 마련키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더욱이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는 국내 업체들이 음반사들의 저작권 공세에 발목이 잡혀 AOD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사이에 다양한 서비스로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최근엔 리퀴드오디오·오디오블사 등 멀티미디어 디지털 콘텐츠 및 복제방지시스템 전문업체들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음성도서·뉴스·강의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MP3플레이어 경쟁은 제품의 디자인이나 가격보다는 얼마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미국 음반사들과 정보통신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MP3플레이어의 붐 확산을 막기 위해 벌써부터 SDMI프로젝트를 결성해 차기 디지털 음악포맷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MP3플레이어는 단지 과도기 상품에 불과할 뿐 시간이 흐르면 AAC플레이어와 같은 새로운 인터넷 단말기가 등장, MP3플레이어를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MP3플레이어를 세계적인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려놓기 위해선 MP3플레이어업체는 물론 복제방지시스템·AOD서비스업체·부품업체 등이 「한국MP3협회」와 같은 모임을 결성해 과열경쟁을 방지하고 서로 협력을 통해 저작권·표준화·기술개발 등 현안을 함께 풀어갈 시점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MP3협회와 같은 업체들의 협력 모임이 결성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