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중대형서버> 윈텔-반윈텔 "전면전"

전세계 컴퓨터 서버시장을 놓고 업체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특히 올해는 21세기로 진입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서버업체들간의 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버업체들은 전략적 제휴나 짝짓기 등 협력관계를 통해 세력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버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윈텔진영」이라는 깃발 아래 가시화돼왔다. 이들 두 회사는 PC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기반으로 서버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을 겨냥한 인텔의 공세는 차세대 64비트 프로세서인 IA-64(일명 머세드) 개발을 계기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머세드 프로세서 지원에는 휴렛패커드(HP)·컴팩컴퓨터·선마이크로시스템스·실리콘그래픽스 등 세계 64비트 유닉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서버업체들이 대부분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은 머세드 프로세서 공급을 계기로 PC시장에 이어 중대형급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까지 평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몇년 전부터 서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이미 윈도NT서버용 칩시장을 석권했고, 독자적인 아키텍처 기반의 유닉스서버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도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는 상태다.

 인텔의 강력한 동반자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엔터프라이즈 전산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운용체계(OS)를 잇따라 개발하고 나서 세계 서버시장의 판도변화를 꾀하는 윈텔진영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NT 4.0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 이어 올해 그 후속 버전인 「윈도2000 데이터센터 서버」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유닉스서버와 메인프레임 시장공략의 고삐를 바짝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윈텔진영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주요 서버업체들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IBM·후지쯔 등이 꼽히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자사 인터넷 웹브라우저인 자바를 비롯해 유닉스OS인 솔라리스, 스파크 프로세서 등을 내세워 윈텔진영의 공세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반윈텔진영의 대표주자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자사의 「솔라리스」를 인텔 머세드에 포팅하기로 결정하는 등 기존의 확고한 독자노선에서 일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더불어 윈텔진영과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온 서버업체는 IBM. 이 회사는 메인프레임(S/390)과 유닉스서버(RS/6000), 그리고 독자적인 OS(OS/400)를 탑재한 중형서버(AS/400) 등을 내세워 전세계 서버시장을 주도해 오면서 수십년에 걸쳐 축적해온 기술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서버시장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NT에 대항하기 위해 SCO·시퀀트 등과 공동으로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OS인 「몬트레이」를 개발하기로 합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몬트레이 OS의 개발에는 인텔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의 판도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일부 서버업계 전문가들은 윈텔진영에 맞서는 이들 대항세력의 기세도 만만치 않지만 윈텔을 기반으로 한 서버가 가격대비 성능에서 유닉스서버나 메인프레임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윈텔진영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윈도NT서버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펜티엄프로 칩의 후속 버전으로 인텔의 4백㎒나 4백50㎒ 지온칩을 탑재한 4웨이 방식의 고성능 윈도NT서버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유닉스서버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지온칩을 장착한 윈도NT서버들은 기존 제품에 비해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업무, 의사결정지원,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대량의 데이터처리에 적합하도록 설계됐을 뿐 아니라 확장성과 가용성을 크게 높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윈도NT서버 업체들은 강력한 지온칩을 탑재한 고성능 윈도NT서버가 그동안 유닉스서버가 주도해온 금융권이나 제조분야 등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을 크게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온칩과 윈도NT를 기반으로 설계된 윈도NT서버는 기간업무에 필수적인 요소인 고가용성과 안정성 등에서 성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고성능 유닉스서버나 고유의 메인프레임 영역은 좀처럼 침범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서버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유닉스서버 업체들은 이처럼 윈도NT서버 성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동안 축적해온 독자적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고성능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HP·선마이크로시스템스·컴팩컴퓨터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사 유닉스기종에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OS로 무장해 윈도NT서버와 차별화전략을 꾀하고 있다.

중대형 서버업체들은 이처럼 아키텍처와 OS를 통한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차별화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서버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하드웨어 가격은 갈수록 떨어지면서 마진폭이 줄어들면서 솔루션이 서버사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잣대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대형 서버업체들은 특정분야의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업체와 협력관계를 강화하거나 솔루션업체들의 인수합병(M&A) 작업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삼성전자·LG전자·현대정보기술·대우통신 등 국산 주전산기업체들도 최근 외국계 유력 중대형 컴퓨터업체들과의 짝짓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전산기사업이 지난해 큰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부터 HP·IBM·시퀀트 등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들의 주력 유닉스서버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키로 하는 등 새로운 활로모색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중대형 서버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외국산 중대형 시스템이 민수시장은 물론 그동안 국산주전산기의 아성인 관공서·공공기관 등 관수시장까지 영역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들간의 세력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