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서버시장의 판도변화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우선 고성능화로 재무장한 윈도NT 서버가 유닉스 서버시장을 어느 정도 공략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유닉스 서버가 윈도NT 서버의 공세를 방어하면서 메인프레임시장을 얼마나 잠식해 나가느냐도 관심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종별로 분할돼온 서버시장 영역은 서버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으로 그 구분이 크게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닉스서버 및 메인프레임 공급업체와 윈도NT 서버업체들은 성능 향상을 통한 고성능 기종을 앞세워 영역확대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서버시장은 올해도 업체들간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서버업체들은 새해 벽두부터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의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국내 유닉스 서버시장의 선두업체들은 기종 업그레이드를 통한 고성능 유닉스 서버를 내세워 대형서버인 메인프레임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유니시스와 한국후지쯔 등 메인프레임업체들은 윈도NT 서버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윈도NT 서버사업을 크게 강화하면서 새로운 시장영역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 PC서버업체들이 고성능 윈도NT 서버를 전면에 내세워 기존 프린터 서버나 파일 서버 등에서 탈피, 기업의 전사적 서버용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 유닉스 서버와 한판승부를 벌일 태세다. 서버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한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내 서버시장은 총 7천억원 규모로 전년대비(1조원) 30% 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을 겪은 기업들의 전산투자 위축에 따른 수요급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유닉스 서버시장은 3천3백90억원으로 전년대비(6천5백60억원) 48% 감소해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윈도NT 서버의 경우 지난해 8백10억원 규모로 전년(1천2백억원)에 비해 33% 정도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대형서버인 메인프레임은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유지보수, 컴퓨터 2000년(Y2k)문제 등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시장 규모가 2천4백60억원 규모를 형성해 전년대비(2천억원)에 비해 오히려 증가, 유닉스서버 등을 비롯한 중형서버시장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서버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서버시장이 IMF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 달리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들어 금융권과 대기업·공공기관들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그동안 미뤄온 전산투자를 집행, 전산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버업체들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도권 다툼의 진원지는 경쟁이 치열한 유닉스 서버와 윈도NT 서버업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올들어 고성능 기종을 앞세워 메인프레임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HP·한국컴팩컴퓨터·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주요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최근 고성능 유닉스 서버 기종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국내 메인프레임시장을 겨냥, 메인프레임 기종을 대체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돌입했다. 이는 일부 유닉스 서버의 성능이 메인프레임급 수준으로 올라선 데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메인프레임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성능 유닉스 서버를 선호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HP는 지난해 말 자사의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인 「PA 8500」을 32개까지 탑재할 수 있고 11만 TPM-C(분당 트랜잭션처리) 이상의 성능수치를 갖춘 「V2500」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메인프레임 기종 대체작업에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한국디지탈을 통합한 한국컴팩컴퓨터도 차세대 알파칩인 「EV6」를 장착한 「알파서버 GS시리즈」 공급에 나서면서 메인프레임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 유닉스서버업계 강자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역시 고성능 유닉스 서버 「엔터프라이즈 10000」을 내세워 메인프레임시장을 적극 대체키로 해 유닉스 서버업체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메인프레임 대체시장 공세와 함께 외국계 유닉스 서버업체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국내 주전산기의 텃밭인 관공서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관수시장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유닉스 서버업체는 조달시장 개방과 더불어 그동안 심한 적자에 시달려온 대부분의 국내 주전산기업체들이 사실상 주전산기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국산 주전산기시장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이들은 국산 주전산기시장을 단숨에 장악하기 위해 LG전자·현대정보기술·대우통신 등 기존 국내 주요 주전산기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자사의 하드웨어 제품을 대량 공급키로 해 주전산기시장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시퀀트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말 실시된 체신금융분산시스템 입찰의 주전산시스템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국내 윈도NT 서버시장은 한국컴팩컴퓨터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LGIBM과 한국HP 등이 윈도NT 서버사업을 강화하면서 선두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독자적인 래크마운트형 윈도NT 서버를 개발해 국내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니와이드테크놀로지의 행보도 관심거리다.
윈도NT 서버는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나다는 강점을 무기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국내기업과 외국업체들간 주도권 다툼은 올해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윈도NT 서버업체들간 치열한 경쟁과 함께 윈도NT 서버의 고성능화 추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동안 펜티엄프로 등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4∼8개 탑재할 수 있었으나 올 들어서는 최대 32개의 CPU를 지원하는 32웨이 방식의 윈도NT 서버가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유니시스가 오는 2월 셀룰러 멀티프로세서(CMP) 기술을 적용한 32웨이 윈도NT 서버를 발표, 공급할 예정이어서 윈도NT 서버의 고성능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윈도NT 서버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인텔의 차세대 펜티엄Ⅱ 프로세서인 「지온」칩을 탑재한 고성능 윈도NT 서버 공급에 적극 나서면서 유닉스 서버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백㎒급 펜티엄Ⅱ 지온칩을 4개까지 장착, 기존 펜티엄프로 제품군에 비해 성능이 두배 정도 향상된 윈도NT 서버 「스마트 745」를 선보이고, 한국후지쯔도 자체 개발한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을 채택해 최대 8개의 지온칩을 장착할 수 있는 8웨이방식의 제품인 「그랜파워 5000」 등 고성능 윈도NT 서버 기종을 잇달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윈도NT 서버는 기존 파일서버 및 프린터 서버뿐만 아니라 웹서버와 애플리케이션서버·통신서버 등으로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같은 고성능화에 힘입어 유닉스시장의 아성인 기업의 기간업무 분야를 겨냥한 윈도NT 서버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최근 SK상사와 두루넷 등이 전사적 업무서버용으로 윈도NT 제품을 도입하는 등 윈도NT 서버가 기간업무용으로 일부 확대되면서 엔터프라이즈 서버시장을 향한 윈도NT 서버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윈도NT 서버가 올해 중저가형 유닉스 서버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크지만 고가용성과 안정성 면에서 고성능 유닉스를 비롯한 대형 서버에 비해 아직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 기간업무시스템으로까지 진입하기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지난해 극심한 수요부진에 시달린 국내 서버시장은 올들어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대기업과 금융기관·통신업체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웨어하우스(DW),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종합관리(CRM)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서버시장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와 회복국면으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크며 업체간 시장 쟁탈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민기자 ym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