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석 TI코리아 사장
97년 말 갑작스러운 환란으로 인해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빨리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여 환율·금리·주식 등의 각종 주요 경제지표들이 안정세를 찾고 있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정부가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적극적인 외자유치정책을 펼친 결과 98년의 외자유치 총액이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80억 달러에 도달한 것도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제 급한 불을 껐다고 만족하기보다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외자를 유치하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에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성공적인 외자유치는 이자 없는 안정된 외자도입, 로열티 없는 첨단기술 및 선진 경영기법 도입, 고용안정, 수출증가 등 여러 면에서 국가 경제에 이득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외자유치 수준은 GDP 대비 2.6%에 불과해 싱가포르 72.4%, 중국의 24.7%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평균 10.6%에도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외자유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외자도입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장래 우리 산업에 유익한 분야에 외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대략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우선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저임금 지역에 투자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투자가 이에 속한다. 다음은 내수시장 점유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투자다.
마지막으로는 지역거점 확보나 고급기술과 인력확보를 위한 연구소 등에 대한 투자 같이 좀더 전략적인 목적을 지닌 투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상당히 고임금이 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투자는 두번째나 세번째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에는 소비성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투자유치보다 풍부한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고 발전성도 훨씬 높은 전략적인 목적의 투자유치가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전략적인 목적의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저임금이나 내수시장 확보를 위한 투자는 목적이나 지역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조건에만 부합되면 큰 문제없이 유치할 수 있지만 전략적인 투자는 그 중요성 때문에 기회가 잘 공개되지 않고 조건도 무척 까다롭다. 또한 대부분 규모도 크고 장래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전략적인 외자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에 투자할 만한 해외 유망 대상기업을 선정한 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투자자의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경쟁력 있는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우리나라가 폐쇄적인 나라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외자유치 및 글로벌 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전략적인 투자유치가 더욱 손쉬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