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한통프리텔, 외자유치 와중에 "갈등" 표출

 모기업과 자회사이면서도 서로의 독자경영을 인정,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한국통신(대표 이계철)과 한국통신프리텔(대표 이상철)이 최근 의외의 갈등관계를 표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양사의 갈등은 통신시장 구조조정을 통한 유무선 종합정보통신서비스업체 등장이라는 향후 국내시장의 큰 그림에 대해 서로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는 데서 출발, 더욱 주목된다.

 양사의 이해가 엇갈린 것은 한통프리텔이 외자유치를 추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한통프리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펀드사인 캘러헌으로부터 자본유치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연말 모든 협상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공식발표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협상은 해를 넘겨 올해까지 계속됐고 아직도 최종 「OK 사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다.

 물론 한통프리텔과 캘러헌사 간의 협약에 대해 최종 OK사인을 보낼 수 있는 곳은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통신이다. 공기업 가운데 최강도 경영혁신을 진행중인 한국통신은 데이터통신과 무선사업부문을 양대 축으로 하는 장기전략을 추진중이다. 한국통신으로서는 데이터통신과 무선사업이 21세기 생존이 걸린 분야이기 때문에 한통프리텔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히 프리텔의 외자도입 협상에도 한국통신의 장기전략이 투영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아예 프리텔과 합병, 한몸으로 유무선 종합서비스업체로 재탄생하자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프리텔의 사업권 허가조건 등 엄존하는 현실적 제약요건 때문에 이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우선은 프리텔을 집중강화, 육성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텔과 캘러헌의 협상조건을 두고 한국통신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한국통신은 대주주로서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자연히 캘러헌의 자본유치가 지연됐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캘러헌 자금이 들어올 경우 한국통신의 지분을 어느 수준까지 늘려나갈 것인가와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등 향후 한국통신의 직접진출이 예상되는 또 다른 무선부문의 사업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이다.

 한국통신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한통프리텔의 최대주주로서 확고한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통신은 이미 프리텔이 외자유치에 나설 당시부터 안정적 경영권 보유를 위해 구주 매입을 서둘렀다. 이를 통해 8백만주 이상을 확보했다는 소식이다. 2대 주주가 예상되는 캘러헌과 지분 차이를 최대한 벌리겠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무선시장 직접진출 역시 프리텔과 캘러헌이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필요하다면 한국통신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캘러헌도 물러서지 않았다. 캘러헌은 협상과정에서 「한국통신이 향후 새로운 무선사업에 뛰어들 경우 반드시 프리텔을 통해서 한다」라는 조항삽입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지루한 논란 끝에 협상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프리텔은 캘러헌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전환사채 발행 등의 과정을 거쳐 자본금을 7천2백50억원으로 늘리고 지분은 한국통신이 34%, 캘러헌이 24%를 각각 상한선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통신의 신규 무선사업 진출과 관련해서는 「프리텔과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타협했다고 한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최종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다음달로 예정된 한국통신의 이사회 승인절차가 남아 있다.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한국통신은 프리텔 합병을 포함한 종합통신사업자 추진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와는 달리 프리텔은 독자경영을 비롯, 기존체제 유지를 희망했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 한국통신은 앞으로 프리텔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것이 분명하다.

 한국통신은 『프리텔이 사업 초기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통신과 연관된 마스터플랜 하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인 장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렴청정」 의지를 가다듬는 모기업 한국통신과 「시어머니」를 만난 한통프리텔간의 관계설정이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