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99)

 『자네 정말 해낼 수 있어?』

 허 실장은 믿어지지 않는지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그는 반가워하면서도 의심하는 눈치였다.

 『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사장이 허락해야 될 문제니까, 사장한테 가서 승낙을 맡아. 나보다도 자네가 직접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겠군. 나에게 물으면 나는 자네를 믿는다고 할 테니까.』

 『실장님이 믿으시면 되죠. 사장님 설득은 실장님이 해주시죠.』

 『난 자신 없어. 자네가 직접 말해. 그런데 개발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하나?』

 『6개월이면 됩니다.』

 『다른 보조연구원이 필요한가?』

 『혼자 하겠습니다. 어설픈 보조는 방해가 될 뿐입니다.』

 『되게 건….』

 그는 무엇인가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건방지다는 말을 하려다가 말꼬리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때 통신제어장치를 개발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은 기술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막연하게나마 연구를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뿐이었다. 허 실장은 처음에 의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내가 회사에 들어온 지도 1년이 되었다. 기술자도 아니었던 나는 컴퓨터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한 것이 전부였다. 야간대학을 다녔지만, 그곳에서 배우는 것은 컴퓨터 원서에서 습득하는 지식보다 빈약했다. 나는 선배 기술자들의 용역을 도왔고, 그들보다 우수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허 실장도 그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홀로 개발하겠다는 나의 만용을 어느 정도 신뢰했는지 모른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나의 만용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만용이 생긴 것은 선배 기술자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것이 원인이 되었다. 한 명은 군에 입대하고, 차장을 비롯해 네 명의 기술자들이 자리를 비운 연구실은 적막했다. 진행되었던 모든 연구는 중단되었다.

 특히 통신시스템의 제어장치 개발은 일차 실패를 하기는 했지만, 이제 완전히 포기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그렇게 되자 나의 만용이 통했던 것이다. 그 만용이 실장을 설득하기는 했지만, 사장을 설득하기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나던 어느 날 점심 무렵에 사장이 나를 호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