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지식정보사회와 창조성

김원식 정보통신부 협력기획담당관

 최근 IMF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넘으면서 무역수지와 주식가격 등 일부에서는 조금씩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실업률·투자·물가 등 일부 실물경제 분야에서는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중요 정책 중 하나로 국민의 정부에서는 「지식 기반 국가의 건설」 또는 「지식정보사회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사실 과거에도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최근에 다시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새삼스럽게 강조되는 것은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혁명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식정보의 생산·전달·이용의 모든 면에서 컴퓨터와 통신망의 활용은 엄청난 효율의 향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서로 전달·교환됨에 의해 가치가 상승하는 지식정보의 특성에 따라 지식정보의 가치를 엄청나게 상승시킨다.

 이 점을 인식하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달·교환할 수 있는 통신망의 구축에 먼저 노력하여 국가정보기반구조(NII)·국제정보기반구조(GII)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초고속기반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정책의 목표는 문자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빠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초고속망의 구축에 있는데 최근 케이블 통신,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관련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어 이러한 목적의 실현에 점차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초고속 통신망 구축 다음으로 그 통신망에서 전달되는 지식정보 콘텐츠의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제공업체의 육성과 기존 종이에 기록된 자료를 컴퓨터 파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되기도 하고 정부의 강력한 투자가 요청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식정보 기반 국가의 구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성의 창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식은 종래의 상품과 달리 양이 많을수록 값이 비싼 것이 아니며 아무리 양이 작아도 질이 우수하다면 엄청난 대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미 알려진 지식은 가치가 없으며 언제나 새로운 지식만이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

 지식의 가치 중에서 천연자원이나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다. 따라서 경제재로서 지식은 양과 관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창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도스(DOS)·윈도(Windows)·넷스케이프(Netscape)·자바(Java)·타이타닉(Titanic)·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식 기반 국가의 건설에 있어 정부는 이러한 창조성을 창달하기 위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먼저 창조성을 창달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 규제 속에서는 창조가 나올 수 없다. 규제는 창조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윤리나 국가안보 등 사회적 질서의 유지를 위하여 규제가 불가피할 때에도 정부는 가능한 한 민간기업과 개인의 활동에 대한 규제를 삼가하여 최소화하여야 하며, 사전 규제보다도 사후 규제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모든 규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비용이 크게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의 규제 완화가 대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는 남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창조는 일률적인 규범의 강제가 아닌 다양한 실험 가운데에서 싹트게 마련이다. 아무리 내가 옳지 않다고 확신한다 하더라도 부도덕하지 않다면 나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용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사생활의 보호가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는 지식의 창조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식이 국가의 부의 요소가 되려면 경제적인 상품으로서 인식되고 거래되어야 하므로 지식의 창조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여 지식을 경제적 상품으로 만들어 내도록 하여야 한다.

 지식은 물품과 달리 실체가 없고 가상의 형태로 존재하여 복제가 쉽기 때문에 창조자가 경제적으로 적절히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지식의 창조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지적 재산권의 보호가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는 효율적인 사회적 규범을 구축하여야 한다. 현재 지식은 물품과 달리 통신망을 통하여 쉽게 전송될 수 있어 다량으로 신속하게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사회적 규범으로 인한 비용 상승, 시간 지연 등의 영향이 크며 파급범위도 넓다. 이를 위하여 세계적 표준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적 규범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는 지식의 처리 능력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 지식은 물품과 달리 기계에 의하여 생산되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 의하여 창조되기 때문에 이를 창조할 수 있는 지식처리 능력을 가진 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

 21세기를 선도할 지식 기반 국가의 건설은 단순히 자금의 투자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물리적·사회적 기반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될 때만이 지식 기반 국가의 건설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