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 강병제 한국오라클 사장

 한국오라클이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 강병제 사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라클이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이긴 하지만 한국시장에서의 성장은 오라클 본사의 성장률을 훨씬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강 사장은 오라클 본사에서도 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오는 2000년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강 사장은 이미 윤문석 전무를 후계자로 정해 본사에 통보한 상태다. 외국기업의 국내 지사장으로서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많은 사람은 강 사장의 최대장점으로 미래시장을 바라보는 비전을 들고 있다. 그런 강 사장이 최근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컨설팅 능력강화로, IMF체제 하에서도 컨설팅 인력을 꾸준히 늘려 왔다. 또한 DBMS업체에서 솔루션업체로의 변신을 꾸준히 추구해온 것도 중요한 정책의 하나다. 한국오라클 역시 다른 정보기술(IT)업체들처럼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형 프로젝트에서부터 서서히 경기회복의 조짐을 보임에 따라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EC)분야는 강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광속거래(CALS)의 표준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종이없는 공장」을 실현해 보이겠다는 야심에 차 있다.

대담:조인 컴퓨터산업부장

 -지난해 사업성과를 평가하고 올해 역점사업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한국오라클의 경우 지난해 외부에서 많은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조직이 너무 큰 게 아니냐, 조만간 인원감축 및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등 많은 얘기가 돌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오라클은 작년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IMF 사태로 인한 매출둔화에도 불구하고 이미 단품 중심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사업형태를 많이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오라클은 더이상 단품판매 회사가 아닙니다. 각 산업에 맞게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최상의 솔루션 회사인 것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인 인터넷 컴퓨팅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계획입니다. 오라클은 이미 지난해부터 모든 제품을 웹기반으로 개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 상반기 중에 세계 최초의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인 「오라클8i」를 국내에 공식 발표하면서 인터넷 컴퓨팅 환경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데이터웨어하우스 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인텔리전트 시스템, 지식관리시스템 등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금융솔루션(OFSA), 통신솔루션(ComTrak) 등 특화된 산업솔루션 영업도 적극 펼칠 예정입니다.

 -DBMS산업이 시장의 포화로 인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지난해 초 업계에서는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포화되어 더이상의 성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으나 오라클을 비롯한 모든 데이터베이스 회사들이 20% 이상의 고성장을 계속함으로써 그 우려를 불식시킨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로 인해 일시적인 매출축소를 겪고 있지만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외국과 같이 데이터베이스 시장이 확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는 아직도 데이터베이스화하지 않은 정보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점과 최근 들어 IT업계의 추세가 단품판매에서 다양한 솔루션 중심으로 돌아서면서 데이터베이스가 필수요소로 포함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솔루션 중심의 시스템 구축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오라클8i가 미국 내에서는 큰 호응을 얻었는데 국내 DBMS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시는지요.

 ▲지난해 주당 20달러 미만을 맴돌던 오라클의 주가가 현재 50달러선까지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오라클8i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중심 사회로 전환돼가고 있는 이상 한국에서도 오라클8i가 당연히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은 오는 4월 오라클8i의 공급을 계기로 기업들이 인터넷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려 할 때 요구되는 필수적인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오라클8i를 채택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단순히 웹서버와의 연동성을 강화시키는 수준의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아니라 인터넷 콘텐츠들을 매우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신개념의 데이터서버, 즉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시장에 강하게 인식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이는 오라클의 전자상거래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라클이 최근 ERP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DBMS업체인 오라클이 ERP사업을 강화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오라클은 솔루션업체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ERP는 이런 측면에서 하나의 솔루션에 불과할 뿐입니다. 데이터웨어하우스나 전자상거래 솔루션 등 다양한 솔루션 개발의 일환으로 봐야지 ERP 하나만 놓고 판단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런 솔루션사업은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즉 오라클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SI업체·컨설팅사·솔루션 개발업체 등 모두와 협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 한국오라클은 협력사 정책을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오라클에서 실시하는 오라클 파트너 프로그램을 국내에서도 실시해 협력사 육성정책을 보다 적극적이며 체계적으로 가져 나갈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SQL서버 7.0을 발표하고 윈도NT용 DBMS 시장공략을 선언하고 나섰는데 이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세웠는지요.

 ▲저가시장에서는 경쟁이 되겠지만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SQL서버는 윈도NT 환경에 국한돼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운용체계 플랫폼에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어 멀티플랫폼 환경에 적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우수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내세워 NT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또 MS의 SQL서버와의 성능차별성을 인지시키고 인터넷 컴퓨팅을 위해 필수적인 자바를 오라클8i와 긴밀하게 통합시킨 장점을 오직 오라클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해 나갈 방침입니다.

 -최근 오라클을 포함한 DBMS업체들이 리눅스를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리눅스의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리눅스가 한때 반짝하는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리눅스를 탑재한 서버시스템이 지난해 전년대비 2백12%나 급증, 윈도NT나 넷웨어, 유닉스 성장률을 훨씬 앞질렀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리눅스 사용자가 5만명에 이른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현재 리눅스 기반의 오라클 제품은 오라클8 8.0.5와 애플리케이션 서버3.0이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 12월에 2만여개의 시험판을 무료 배포했으며 올해는 리눅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개발 콘테스트 및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할 계획입니다. 또 오는 3월께 내한할 것으로 알려진 리눅스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와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사이베이스와 비방자료 배포를 이유로 공방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한국사이베이스가 한국오라클을 공정거래위에 제소함으로써 이 사태는 IT업계의 큰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 10년간 남을 비방하는 영업을 결코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은 사이베이스측의 공격적인 전략을 담당직원이 혼자 맞대응하다가 불거진 일로 고의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초창기에 힘들 때도 남을 비방해본 적이 없는데 확고한 시장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그런 방식으로 영업을 하겠습니까.

 -최근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조직개편의 방향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현재 컨설팅본부와 기술본부로 이원화돼 있는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산업별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본 방향입니다. 전자상거래나 DW·ERP 등 모든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컨설팅능력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조직통합은 불필요한 중복을 없애고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입니다. 또 본사가 최근 산업별 특화제품을 계속 매입하고 산업별 조직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것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오는 2000년에 대표이사 자리를 후계자에게 넘겨주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임기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오라클이 보유하고 있는 IT기술을 이용해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오라클8i를 기반으로 한 제품정보관리(PDM)시스템을 개발했고 지식관리시스템(KMS)도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개발, 자체적으로 사용중에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특히 올해는 컴퓨터지원설계(CAD)와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CALS시스템의 표준모델을 개발, 제시할 예정입니다. 이 CALS는 현재 1차버전이 개발된 상태로 앞으로 HP·EMC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 상용버전을 개발하고 10월께 개최될 예정인 오라클오픈월드에서 공개할 계획입니다. CALS시스템 개발은 15년 전부터 생각해온 꿈으로 이 시스템이 활용되면 사실상 종이 없는 공장을 실현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이창호기자 chlee@etnews.co.kr>